[the300]
"서울시에 휘둘려선 안 된다."
한 여당 국회의원의 말이다.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활용하겠다고 하자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한 서울시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 탄천 물센터의 경우 대체 부지 확보가 어려워 용산공원보다 주택 공급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뉘앙스도 사뭇 달라졌다. 지난 26일 오 시장과 두 번째로 만난 직후 탄천을 공급 부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튿날엔 여당 의원들과 같은 이유로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탄천이 용산보다 주택 부지로 적합하다는 얘길 하려는 건 아니다. 서울 중심부에 청년, 신혼부부가 접근할 수 있는 공공 주거지가 조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수요자들은 용산이든, 탄천이든 안정적으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의 빠른 공급을 바란다. 문제는 부동산 정책에 정치적 갈등과 앙금이 개입돼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한 원인이 서울시정 실패 탓이라고 본다. 서울시도 주택 공급의 성과가 온전히 여권에 귀속되는 걸 응당 바라지 않는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정부는 한나라당 소속의 이명박 서울시장이 주도한 청계천 복원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국무회의에서 "찬반 양론이 있지만 이미 결정된 이상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토론과 숙의를 거쳐 청계천 복원이 결정된 이상 중앙정부가 협력해야 한다며 쉽지 않은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서울시는 방법론에선 이견이 크지만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급)엔 공감대가 있다. 용산이냐, 탄천이냐를 두고 정치적 유불리를 잣대로 시비를 따질 일이 아니다. 오 시장과 김 장관은 조만간 또 만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공급의 속도"라며 "용산은 용산대로, 탄천은 탄천대로"라고 한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이 반갑다. 정치적 셈법을 떠나 '닥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집권 여당의 리더십과 서울시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