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상품권예산, 묻지마 증액 안된다

머니투데이
2026.09.03 04:00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에 힘입어 내년 총지출을 역대 최대인 820조 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727조 9000억 원)보다 93조 원(12.8%) 늘어난 규모로, 증가율 역시 역대 최대다. 정부는 늘어난 재원을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미래 성장엔진, 청년 성장단계별 지원, K자형 양극화 대응, 안전 등 5대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 특히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청년·취약계층 지원에 재정 투입을 확대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1조원으로 확정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행정안전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대폭 늘린 게 단적인 예다. 내년 국가채무는 1500조원대에 이를 전망으로 재정경제부 내부에서도 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내년 지자체에 이전되는 지방교부세를 제외하고 정책 추진에 사용하는 사업비는 7조634억원이다. 사업비 중 40% 이상을 지역균형성장에 투입하는데, 이 가운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을 올해 1조1500억원에서 내년 1조4500억원으로 26.1% 늘린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 매출 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상품권 할인판매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예산확대에 따라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25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은 정권에 따라 큰 부침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조252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윤석열 정부에서 2023년 3522억원, 2024년 2998억원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내년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이다. 일시적 세수증가에 기댄 슈퍼예산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3000억원 늘린 것은 선심성 증액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으로 국비 지원이 의무화된 탓에 세수가 줄어도 이 예산은 줄이기 어렵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지역경제 선순환,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에 대해서는 엄밀한 성과평가가 부족하다. 특히 상품권 할인액의 5%는 지방비로 부담하는 구조 탓에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상품권 발행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821조 슈퍼예산 시대에 발행규모 확대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단순 논리로 국비 지원을 늘릴 일이 아니다. 내년 국가채무가 1519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으로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만 3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이 밖에 사회연대경제 추진체계 구축사업에 449억원을 신규 투입하는 등 성과측정이 어려운 신규 사업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슈퍼예산안을 한 항목씩 정밀하게 심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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