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57일 만인 2일(현지시간) 역대 가장 강력한 조치를 담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번엔 반드시 '끝장 결의'를 도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오랜 산고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여기엔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저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 행·발 화물에 대한 전수조사 △의심물품 적재 항공기 영공통과 금지 △석탄, 희토류 등 북한산 광물거래 수출 금지 △북한 은행의 해외지점 신규개설 금지 및 기존 지점 폐쇄 △북한내 유엔 회원국 금융기관 개설 금지 및 기존 사무소 폐쇄 등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조치가 망라돼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안보리 결의는 70년 유엔 역사상 비군사적 경제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로, 모든 조항이 의무화된 역사적 결의다.
외교부 당국자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기존 대북제재 결의 조치를 대폭 강화, 확대했고 새로운 제재조치도 다수 포함했다"며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에 대응한 결의 1718호 이후 구체적인 요소의 추가는 많지 않았는데 이번엔 WMD 자금 조달 채널과 자금원 차단의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에 최종 채택된 새 결의가 당초 기대치를 웃도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정부의 일관된 대북 강경 메시지와 전방위적 외교적 노력, 개성공단 폐쇄 결단, '사드배치' 카드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압박' 정책과 대중 외교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비핵화'와 '강력한 결의'를 강조하고 시진핑 주석 등에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시종일관 주문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우리 정부가 강력한 결의를 위해 고통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결기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후 일본이 바로 독자제재를 했고 미국의 대북제재법도 당초 예상한 2월 말보다 훨씬 일찍 발효됐다"며 "유엔에서 강력한 초안이 나오는 데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한미가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공식 협의에 착수한 것도 중국을 움직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왕이 중국 외교 부장의 지난달 23일 방미 이후 미·중 간 협의에 물꼬가 트였는데, 중국이 사드 문제에서 자국의 목소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북제재에 협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더 이상 핵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이번 결의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북 중이던 지난달 7일 북한이 미사일 추가 도발을 강행하며 중국도 북한을 두둔할 명분을 잃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발사하자 중국이 이대로 북한을 놔두면 안 되겠다고 본 게 가장 크다"며 "미사일 발사 당시가 중국 최대 명절 춘절이었는데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의 핵문제를 방기하면 앞으로 핵확산 관련해 말할 수 없게 되고 전세계 핵 도미노 현상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는 점이 이번 결의 도출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엔 결의안 도출은 종착역이 아니고 출발점"이라며 "이 제재결의가 잘 이행되도록 중국을 잘 감시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미국의 양자제재 등 추가조치의 이행 여부에 달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