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성장률 3%' 이끌었지만...'ETF·부동산' 책임론에 사의

김성은 기자, 이원광 기자
2026.09.01 17:57

[the300] '사의 표명'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공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3.09.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하향 추세여서 한국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용범 신임 정책실장이 한국 경제를 재구조화하는 과제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임명한 뒤 여권 고위관계자가 내놓은 평가다. 불법 비상계엄과 미국 관세정책 여파로 분기 성장률이 1%를 하회하는 등 경기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민생 회복과 관세 전쟁 대응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를 정책으로 구현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1차관 등 요직을 역임한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으로 공직 퇴임 후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 '해시드 오픈 리서치(HOR)' 대표로 활동하는 등 혁신 기업을 경영한 경험도 갖췄다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꼽혔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단행한 약 30조원 규모의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도했고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설계와 집행의 전면에 나섰다. 코스피 5000 공약 달성을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초호황 국면에 코스피는 지난해 6월4일 2700대에서 연말 4200대까지 올랐다. 지난 1월에는 5000을 돌파했고 6월 9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7월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이끄는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

[뉴욕=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왼쪽 세번째)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개장 벨을 타종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 대통령,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용범 정책실장, 린 마틴 뉴욕 증권거래소 회장. 2025.09.25.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서울=뉴스1)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관세협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경제성장률 반등을 이끈 것도 김 실장의 공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22년 2.9%, 2023년 1.5%, 2024년 2.2%, 2025년 1.1%를 기록하는 등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 했다. 하지만 올해 3% 중반대를 웃돌 것이란 기대가 크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증가 덕분이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 대전환 설계도를 제시한 것도 김 실장이었다. 3대 메가프로젝트, 청년뉴딜과 모두의 창업, 미래대응기금, 7대 SEED(SMR,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핵심광물) 투자,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등 굵직한 정책들도 김 실장의 손을 거쳤다.

대국민 소통 행보도 늘 화제였다. 국민들에게 정책 취지를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페이스북 글로 이 대통령의 '보론가' 역할을 자처했다. 청와대와 기업 간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시장, 언론과 적극 소통에 나선 것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김 실장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2.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강훈식(가운데) 비서실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위성락(오른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0.13. photocdj@newsis.com /사진=

낙마의 직접 배경이 된 정책 실패 책임론에도 휩싸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의 출시가 대표적이다 . 국내 투자를 유인하고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됐으나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보완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두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국 증시의 특수성을 간과해 리스크에 대비하지 못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구설에도 올랐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브라질 순방 중이던 지난 7월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 시장의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은 비중이 높은 개인 투자자들이 매우 역동적으로 투자하고 관련 파생상품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 논란을 자초했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부동산 가격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싸늘한 여론의 반응도 김 실장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그럼에도 지난달 30일 2차 개각 당시 김 실장을 유임하는 등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개각에도 야권을 중심으로 김 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결국 15개월 만에 사퇴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서울=뉴스1)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임했다. 지난해 6월 정부 출범 직후 임명된 뒤 약 1년 3개월 만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 정책실장이 전날(31일)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1일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 정책실장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 등으로 국민의힘 등 야당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사진은 지난달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유산청 2차 업무보고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김용범 정책실장.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9.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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