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 관한 소득세 과세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했는데 가상자산만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고 아직 과세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지 또는 유예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이미 여야 합의로 시행시기가 유예돼 있는 만큼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인 듯하다.
논의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쟁점 중 하나가 과세 자료 확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경우에는 세법상 자료 제출의무를 활용해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해외 거래소 또는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선 이러한 형태의 자료를 확보할 근거나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과세의 근거 자료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납세자의 자발적 신고를 기반으로 하는 소득세 과세가 이뤄질 경우 동일한 소득을 얻고도 어떤 방식으로 거래했는지에 따라 최종적인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된다. 이 문제는 해외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DEX)로 나누어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해외 거래소의 경우 과세당국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OECD 주도로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암호화자산 보고 체계)가 올해부터 시행돼 내년에 최초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므로 어느 정도 과세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 미국의 참여 시기(2029년 참여 예정)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불완전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50여개국이 참여해 가상자산 관련 거래 정보를 교환하는 네트워크가 구성된다는 점에서 과세 자료 확보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이뤄질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거주자의 거래 정보를 받는 만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비거주자 거래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CARF를 통한 과세 자료 확보를 기대한다면 그에 상응해 국내 거래소의 보고 체계와 과세당국의 정보 처리 역량이 국제 기준에 맞게 준비되어 있는지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탈중앙화 거래소에 관해서는 조금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 해외 거래소는 적어도 특정 법적 주체가 존재하고 그 주체가 소재한 국가의 법령이나 국제공조 체계에 편입될 여지가 있다. 반면 DEX 거래는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전통적인 의미의 중개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거래소에 자료제출의무를 부과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내 거래소 자료, CARF를 통해 확보되는 해외 거래소 자료, 온체인 분석자료를 결합하면 일정한 수준의 사후 검증은 가능할 것이고 이러한 분석을 위한 국세청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다만 블록체인 주소와 납세자를 연결하는 과정에는 오류 가능성이 있고 단순 이전을 과세대상 거래로 오인할 위험도 있으므로 납세자의 소명 기회와 권리보호 절차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가상자산 과세는 새로운 과세대상을 법률에 추가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익명성, 초국경성, 탈중앙성이라는 가상자산의 특성과 자료제출·신고·검증을 전제로 하는 조세행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제도를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과세의 정당성은 법률상 근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동일한 경제적 소득에 대해 가능한 한 동일한 세부담이 실현되고 납세자가 자신의 의무를 예측할 수 있으며 과세당국의 검증도 합리적 한계 안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제도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가상자산과 관련한 조세행정 차원의 합리적이고 면밀한 준비가 요구되고 이러한 준비 상황을 바탕으로 가상자산에 관한 소득세 과세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이환구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는 고려대 법대 졸업 후, UCLA에서 세법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부터 18년간 법무법인 광장에서 국제조세, 금융조세, 신탁과세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과 소송을 담당했다. 조세자문 및 조세소송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조세전문 변호사로서 특히 국제조세, 금융 관련 조세자문 및 금융기관 등의 정기적 금융정보 자동교환(FATCA/CRS/CARF)과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