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수기 내부에서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제품에서는 이물질이 묻은 얼음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SBS '뉴스헌터스'에 따르면 최근 SNS(소셜미디어)에 얼음정수기 내부에 검은 물질이 낀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얼음 배출구와 뚜껑은 물론 제빙장치와 얼음통 안쪽까지 같은 물질이 묻어 있었다.
문제는 사후서비스(AS)를 신청해도 재발을 막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2023년 3월부터 한 업체 얼음정수기를 사용해온 제보자 A씨도 제품 세척과 얼음 토출구 덮개 교체를 제안받았지만, AS 기사로부터 어느 쪽도 재발을 막을 수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AS 기사는 검은 이물질에 대해 "외부 습기와 이물질 등 환경적 요인으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음정수기를 사용하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품 전체를 세척하거나 토출구 덮개를 교체할 수 있지만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A씨는 얼음 보관통까지 자외선(UV)으로 살균하는 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냈다며 업체 측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는 얼음정수기 내부가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얼음 배출구에 소량의 물기만 남아도 공기 중 먼지에 붙어 있던 유기물과 결합해 미생물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먼지와 수분이 문제"라며 "제조사는 소비자가 얼음이 지나가는 경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고, 해당 부품을 분리해 직접 물기를 닦아낼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얼음에서 검은 이물질이 발견된 사례도 나왔다. 제보자 B씨는 딸이 정수기에서 나온 얼음을 먹다 이물질을 발견하자, 렌탈 업체 측에 문제를 알리고 조치를 요구했다. 당시 B씨의 렌탈 계약은 4개월가량 남아 있었다. 담당 영업사원은 남은 기간 렌탈료를 면제하고 이후 1년간 이용료를 절반 할인해주는 조건으로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한 뒤 계약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B씨가 이를 받아들이자, 업체 측은 실적 문제를 이유로 두 달 뒤 다시 AS를 접수해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당장 먹는 얼음에서 이물질이 나오는데 두 달 뒤 접수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했지만 이후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결국 본사 고객센터에 위약금 없는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그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물이나 얼음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제품 교환이나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업체 측은 △ 회사의 관리 소홀로 문제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고 △ 정해진 조치를 거쳤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야 위약금 면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업체 측은 B씨가 이미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점도 이유로 들었다. 관련 절차를 통해 소명하고 있어 소비자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는 별도의 답변이나 조치를 내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뉴스헌터스'에 "개별 사용자의 제품 상태와 사용 환경을 점검한 뒤 조치를 결정하겠다"며 "일반적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 따라 해지 위약금 면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품에 다양한 살균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며 "점검 안내 절차를 보완하고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