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자체 수사개혁에 나선 경찰이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까지 불거지며 조직 전반의 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오는 10월 새 형사사법체계 시행을 앞둔 만큼 단순히 사건별 대응을 할 게 아니라 지휘·감독과 외부 통제, 현장 수사 관행까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15일 장미란씨(37)에 대한 최초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생사나 소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도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담당 경찰관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입력해 사건을 종결하더라도 이를 중간 단계에서 검증하거나 통제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 경장이 장씨뿐 아니라 다른 실종사건도 허위로 종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그가 처리·종결한 실종 신고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경찰의 내부 통제 문제가 드러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광주 고교생 살해범 장윤기의 부친이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사건 처리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수사가 축소·은폐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를 계기로 경찰이 소속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전수 점검한 결과 관할 경찰관서에 배정된 사례가 117건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이 사건 관계인과 유착하거나 수사 정보를 빼돌린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 20일 필라테스 강사 출신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사기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전직 서울 강남서 수사팀장이 구속기소됐다. 서울 광진서 소속 경찰관은 마약사범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서울 강남서는 최근 수사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된 관내 파출소 팀장을 대기발령했다.
잇따른 부실 수사와 내부 비위에 경찰은 자체 쇄신책을 내놓고 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국가경찰위원회 산하 외부 감찰기구와 국가수사본부 산하 내부 비리 전담 수사조직 설치 등도 추진하고 있다. 제주 실종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건 종결 과정에서 관리자의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전산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경찰 자체 개혁만으로 권한과 통제 구조를 손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절차만 고치는 '땜질식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와 함께 현장 수사 관행을 바꾸고 경찰관의 자격을 주기적으로 검증하거나 현장 인력을 확충하는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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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총리실에 경찰개혁기구를 주문한 것도 이같은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찰이 아마 국가기구 중에서 앞으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텐데 그에 따른 국민들 우려가 매우 크다"며 "큰 권한에 따른 책임을 충분히 이행할 만한가에 대해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개혁기구에 대한 고민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여당도 나섰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찰개혁추진단을 설치하고 단장에 김남희 의원을 임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민주당 경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지키는 수사는 보호하고 국민 권익을 침해하는 수사 권력은 단호하게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서 경찰 조직 전반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경찰의 문제는 일을 축소지향적으로 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에 있다"며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나 자치경찰제 개편처럼 조직 구조를 손보는 것과 함께 현장의 업무 방식까지 바꾸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의 핵심은 개혁안의 이행이 담보되는 것"이라며 "경찰에만 개혁을 맡겨서는 형식적 변화에 그칠 가능성이 있어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정부와 국회, 나아가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