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개정 형법 시행을 앞두고 방첩 수사인력 증원을 추진한다. 간첩죄 적용 대상이 기존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수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한 조치다. 디지털 증거 분석 장비를 확충하고 실무지침을 마련하는 등 수사 기반도 보강한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방첩 전담 인력 25명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본청 방첩·테러수사계에 수사 방향과 적용 법리 등을 심사하는 수사심사관 1명을 늘리고, 전국 시도경찰청에 방첩 전담 수사관 24명을 추가 배치하는 내용이다.
증원안이 온전히 반영되면 시도경찰청 방첩 전담 수사인력은 현재보다 약 21% 늘어난다. 추가 인력은 주한 외국공관과 군사기지, 외국인 밀집지역, 기업·연구소 등 방첩 수사 수요가 많은 서울·부산·광주·대전·경기남부·제주 등 6개 시도청을 중심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앞서 국수본은 지난 2월 본청에 방첩수사과를 신설하는 등 방첩 전담 조직도 확대했다. 서울·경기남부경찰청에서는 기존 산업기술보호안보수사대가 맡던 방첩 기능을 분리해 테러·방첩수사대로 독립시켰다.
방첩 수사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의 정보활동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수사를 말한다. 최근 전북과 평택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외국인의 군사기지·국가중요시설 무단 촬영 사건이 대표적이다. 첨단 산업기술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되면서 산업기술 유출을 막는 방첩 활동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력 증원은 다음 달 13일 개정 형법 시행 이후 관련 수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개정법은 북한과 같은 '적국'에 한정돼 있던 간첩죄 적용 대상을 '외국' 또는 '외국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외국 등의 지령·사주나 그 밖의 의사 연락 아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일반이적죄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다뤄졌던 외국의 정보활동은 물론, 외국을 위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산업기술을 빼돌리는 행위도 간첩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개정법상 간첩죄로 처벌하려면 외국과의 연계성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경찰은 방첩 업무가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방첩 수사에 필요한 장비와 분석 역량도 보강할 계획이다. 모바일 포렌식 장비 확충과 포렌식 전문교육, 다크웹 정보 수집·분석 서비스 도입 등에 필요한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할 방침이다. 수사 실무 지침도 마련한다. 방첩활동 단계별 절차를 담은 실무 지침과 수사 착안사항 등을 정리한 '간첩죄 해설서'를 법 시행 전 일선 현장에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