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 중인 KBS2 일일드라마 '욕망의 덫'은 각자의 욕망을 추구하는 인물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복수를 다룬다. 최근 이 드라마에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관련 회사에 입사하는 고은설(전혜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고은설에게는 10년의 공백이 있었고 강해라(주새벽)가 공백 기간을 의심하며 과거를 파헤쳤다. 강해라는 고은설이 과거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서 10년을 복역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를 회사 내에 폭로했다.
만약 현실에서 이렇게 드라마 '욕망의 덫'에 등장하는 고은설처럼 범죄로 복역한 사실을 숨긴 채 입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면 회사는 해당 직원을 해고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해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뒤늦게 직원의 과거 전과를 알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해고 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채용 과정에서 회사가 형사처벌 전력을 확인했는데도 '전과가 없다'고 거짓으로 답하거나 전과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내용을 허위로 작성한 경우라면 문제가 된다. 회사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허위 답변이나 기재를 이유로 해고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다만 법원은 이런 경우 채용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가 바로 정당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회사가 해당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채용하지 않았을 것인지, 허위기재의 내용과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해당 전과가 담당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입사 이후 얼마나 근무했는지와 근무 태도는 어떠했는지 등을 종합해 고용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유인지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한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회사에 입사한 A씨가 성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과 구속 사실을 숨기고 군 면제 사유와 근무경력까지 허위로 기재한 사건에서 A씨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해당 전과와 허위 경력 기재가 회사의 채용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과거 형사처벌과 파면 사실을 이력서에 기재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 그 사실이 징계사유가 될 수는 있다고 보면서도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 해당 근로자는 입사 후 약 13년 동안 별다른 징계 없이 근무했고 일하는 과정에서 승진과 표창을 받았으며 과거의 형사처벌 전력과 현재 담당 업무 사이의 관련성도 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해고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 고은설처럼 살인죄로 10년을 복역하고 취업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은설에게 살인죄라는 전과가 있다고 해서 그 범죄의 중대성만으로 곧바로 해고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고은설이 살인죄 전과를 말하지 않은 행위가 회사의 채용 판단과 신뢰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따져 해고의 정당성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