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숨지고 남편 머리에도 핏자국…30년 파킨슨병 간병 끝 비극[뉴스속오늘]

이소은 기자
2026.09.09 06:06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간호하는 70대 남편 이미지. /사진=챗GPT

2014년 9월 9일, 대구에서 남편이 아내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사망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70대 부부로, 집에 들른 아들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사망한 아내뿐만 아니라 남편의 머리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구 수성구 주택서 70대 노부부 피 흘린 채 발견

이들이 발견된 것은 사건 다음 날인 9월 10일 낮 12시 15분께다. 대구 수성구의 한 주택 안방에서 머리에 상처를 입고 쓰러져있는 집주인 문모씨(72)와 숨져있던 그의 부인(70)을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부인은 피를 흘린 상태로 안방 침대에서, 문씨는 머리에 피를 흘린 상태로 안방 화장실 좌변기에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발견 하루 전인 9월 9일 오후 11시께 아내가 잠든 사이 문씨가 둔기로 아내의 머리를 8차례 내리친 뒤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숨지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씨는 범행 직후 자신도 머리를 때려 자살을 기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조사를 통해 알려진 또 다른 사실은 문씨가 지난 30년간 묵묵히 파킨슨병을 앓는 아내를 간호해왔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만성 진행성 신경계 질환이다.

떨림·서동증(움직임이 느려지고 동작을 시작하기 어려워짐)·근육 강직·보행 장애·자세 불안정 등이 대표 증상이며 변비, 기립성 저혈압, 소변 문제, 수면 장애, 우울·불안, 후각 저하, 인지기능 저하, 환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문씨는 치료를 받던 중 아들에게 "미안하다. 엄마랑 같이 (저세상에) 가려고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파킨슨병으로 장기간 투병해온 아내를 돌봤지만, 최근 병세가 더 악화돼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발언했다. 자식들의 짐도 덜어주기 위해 막다른 선택을 했다고도 밝혔다.

"파킨슨병 아내 병세 악화돼 고통스러웠다"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같은 해 11월 28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성엽 부장판사) 심리로 결심 공판이 열렸다.

문씨는 국민참여재판 신청 여부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절대로 안 한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부에 "둔기로 내 머리를 때리니까 아내가 둔기를 빼앗아서 자신의 머리를 때렸다. 다시 둔기를 잡고 아내의 머리를 쳤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연애해서 만나 결혼한 뒤 5남매를 낳았다. 이제는 살아갈 명분이 없다. 제가 스스로 세상을 끝낼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문씨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가슴이 먹먹하다. 너그럽게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문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에 문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고령으로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 자녀들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만큼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문씨는 처벌받아야 하지만 자식과 부모 간 교류·생활방식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사회가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징역 10년 구형→4년 선고, 재판부 "자식에 짐 되지 않기 위해"
/사진=김현정 디자이너

한 달 후인 12월 26일 재판부는 문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랜 기간 병간호로 심신이 지친 상태였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상황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만큼 중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범행 과정에서 숨진 아내가 방어 흔적을 남긴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으로 '빈 둥지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 빈 둥지 가구란 자녀들이 취업이나 결혼으로 분가하면서 부모, 즉 노부모로만 구성된 가족 형태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외로움과 상실감을 느끼기 쉽다.

특히 배우자가 질병까지 앓으면 상황은 한층 심각해진다. 오랜 병간호에 지쳐 배우자를 직접 살해하거나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의 끝으로 내몰리는 노부부 문제를 공론화시켜 제도적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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