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 결과 미리 공유·의무화…형소법 개정 맞춰 수사규칙 손질

오문영 기자
2026.09.10 12:00

경찰청, 경찰수사규칙·범죄수사규칙 개정안 마련
검경 의견요청·보완수사 절차 구체화…불송치 이유도 더 자세히 통지
수사 중 이의제기·재수사 요구 강화…중수청과 사건 처리 절차도 정비

/사진=뉴스1

경찰이 수사 중 법률 판단이 필요하면 검사에게 의견을 구하고 보완수사 결과도 미리 공유해 이행 여부를 확인받도록 한다.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에는 고소·고발인에게 그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린다. 사건관계인이 수사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절차도 정비한다. 다음달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맞춰 수사 신속성을 높이고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와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청은 10일 개정 형사소송법과 수사준칙 시행에 맞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찰수사규칙'과 '범죄수사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다음달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내용을 실제 수사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세부 절차와 서식이 담겼다. 지난 7일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은 내부 절차를 거쳐 시행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령인 경찰수사규칙은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칠 예정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검사의 직접 수사를 막는 게 골자다. 검찰청은 사라지고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제기·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이 신설된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폐지돼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게 된다.

검경 협력 절차 구체화…보완수사 요구에는 '이행 의무'

경찰청은 개정안에서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법률 판단이나 증거 수집의 적정성 등에 대해 검사에게 의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서류나 증거물을 함께 보낼 수 있고, 검사가 제시한 의견과 이를 받아들였는지도 수사기록에 남기도록 했다.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는 방식도 구체화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보완수사를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마치도록 했는데, 경찰은 이 과정에서 공소청과 불필요하게 사건을 주고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완수사 결과를 통보하기 전 종합수사 결과와 사건기록을 미리 보내 이행 여부를 확인받도록 했다. 검사는 이를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 의견을 제시하거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급 수사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대한 경찰의 이행 의무도 도입했다. 현행 경찰수사규칙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있었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를 삭제했다.

재수사 요구에 대한 통제도 강화된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는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다시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적정한 재수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상급 경찰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도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재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해당 수사관에 대한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사의 각종 요구가 실제 수사 과정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담보 장치를 강화했다"며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보다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장치가 더 꼼꼼하고 촘촘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건관계인 권리 강화…'수사 도중 이의제기' 절차 마련

경찰은 개정안에 사건관계인의 권리보장을 강화하는 규정도 다수 신설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불송치 결정서와 이의신청서를 함께 보내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간략한 통지서만 전달돼 불송치 이유를 충분히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사 중 이의제기 절차도 구체화했다.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등은 수사가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권리침해, 위법·부당한 수사행위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관서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관서장은 14일 안에 수사관 교체나 향후 수사계획 등 조치 내용을 알려야 한다. 이후에도 이의가 있으면 상급관서에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반영됐다. 사건이 진행되는 경찰관서에 근무하거나 최근 3년 내 근무한 경찰관의 배우자·직계 존비속·형제자매가 사건관계인인 경우 수사관이 회피 신청을 하고, 시도경찰청의 지휘를 받아 같은 법원 관할 내 다른 경찰관서로 사건을 이송하도록 했다.

경찰은 중수청과의 사건 처리 절차도 정비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중수청 수사 대상인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중수청에 통보하고,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넘겨야 한다.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가 겹쳐 이견이 생길 경우에는 기관 간 협의를 거쳐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에서 조정하게 된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번 개정안은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맞춰 수사절차를 정비하고 기관 간 협력과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세부 절차를 구체화한 데 의미가 있다"며 "새 형사사법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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