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3시간 늦음 사건'...누가 더 문제야? AI에게 묻는 커플들

윤혜주 기자
2026.10.15 06:25
연인이나 부부가 다툰 상황을 입력하면 AI(인공지능)가 양측의 입장을 분석해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판단해주는 앱이 화제다/사진=SNS 갈무리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싸움이 발생했을 때 AI(인공지능)가 양쪽 입장을 듣고 누구의 과실이 더 큰지 '판결'을 내려주는 이색 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AI 기반 연애 갈등 중재 서비스 '내마리마찌'의 주요 기능과 실제 판결 결과 화면이 담긴 게시물이 잇따라 공유됐다.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내마리마찌'는 커플이 겪은 갈등 상황과 각자의 진술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잘잘못을 가려주는 앱이다. 단순히 승패나 과실 비율만 따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이 서로 어떤 점에 상처를 받았는지 왜 싸움으로 이어졌는지 원인을 파악해 현실적인 화해 방안까지 조언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앱 내부 화면은 법원 재판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형식으로 꾸며졌다. '한강 텐트 5분 세팅 지연 징징 사건', '기념일 식당 예약 유기 사건', '쇼핑 피드백 영혼 가출 사건', '답장 3시간 늦음 사건' 등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연인 간 다툼에 거창한 사건명이 붙고 AI가 양측의 주장을 검토해 과실 비율과 판결 사유를 제시한다.

예컨대 '기념일 식당 예약 유기 사건'은 1주년을 앞두고 서로 미루다 결국 식당 예약을 하지 못한 사연이었다. AI 판사는 "신청인은 상대방이 '큰소리'로 예약하겠다고 했기에 기다렸고, 상대방은 신청인이 '손 놓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결국 당일 예약 가능한 식당이 없어 분식집에 갔다"며 양쪽의 입장을 정리한 끝에 신청인 60%, 상대방 40%의 과실 비율을 도출해 냈다.

'답장 3시간 늦음 사건'에 대해서는 '형벌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오늘 바로 답장 1시간 내로 하기(상대방의 폰 확인 빈도 고려)', '서운함 대신 안부 묻기로 말 바꾸기 연습', '주말엔 폰 안 보는 시간 1시간 정하고, 그 시간 동안 서로에게 손편지 써보기' 등 화해 방안을 마련해줬다.

이 외에도 커플 둘만 참여하는 비공개 재판은 물론, 사연을 외부에 올려 다른 사용자들의 투표와 의견을 받아보는 공개 재판, AI와 1:1로 연애 상담을 나누는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지난 14일 기준 공식 사이트의 공개재판 게시판에는 '연락 문제로 서운한데 제가 예민한 걸까요?', '취향을 무시하는 연인' 등 3000건이 넘는 사연이 등록됐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시작 2개월 만에 이용자 3만명을 기록했다.

한 이용자는 "남편과 나는 성향도, 생각하는 방식도 너무 달라서 대화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곤 했다. 한 번 싸움이 시작되면 기본으로 사흘은 냉전 상태가 이어졌고, 매번 서로 상대방이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이 앱의 판결 결과를 규칙으로 정하고 다툴 때마다 사용하니 답답했던 감정이 풀렸다. 특히 판결에 따라 정해진 '형벌'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웃음이 터져 다툼이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평소 남편과 싸워도 어디 가서 마땅히 털어놓을 곳이 없었고, 말싸움에도 둔한 편이라 늘 답답했는데 꼭 필요했던 앱"이라며 "씩씩대며 화를 내다가도 AI가 내 과실이라고 판정하면 조금 새침해질지언정 결과에 승복하고 빠르게 사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밖에도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하고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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