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현장] "500경기, 600경기도 할 감독인데..." 적장도 인정한 유병훈, 정작 '100번째 경기' 끝나자 사퇴설

부천=이원희 기자
2026.08.30 08:15
FC안양 유병훈 감독이 부천FC와의 K리그 통산 100번째 경기를 마친 뒤 갑작스러운 사퇴설에 휩싸였다. 유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했으며, 구단 관계자는 경기력 문제로 인한 벌금 감수 의사를 전했다. 안양은 최근 서울전 0-7 대패를 포함해 8월 성적이 부진했으나, 유 감독은 팀의 창단 첫 1부 승격과 잔류를 이끈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유병훈 FC안양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영민 부천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00경기를 넘어 500경기, 600경기도 할 수 있는 감독."

누구보다 유병훈 FC안양 감독을 오래 지켜본 옛 동료이자 친구 이영민 부천FC 감독이 건넨 진심 어린 평가였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유 감독의 전격 사퇴설이 불거졌다.

부천과 안양은 2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26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경기는 유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맞이한 K리그 통산 100번째 경기였다.

하지만 경기 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먼저 유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 감독 대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안양 구단 관계자는 "유 감독께서 벌금을 감수하겠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불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아마 경기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후에는 더 큰 소식이 전해졌다. 유 감독이 이번 부천전을 끝으로 안양 지휘봉을 내려놓는다는 사퇴설까지 등장한 것이다.

안양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저도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유 감독의 K리그 통산 100번째 경기에서 갑작스러운 사퇴설까지 흘러나온 셈이다.

최근 안양의 흐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안양은 8월 6경기에서 1승1무4패에 그쳤다. 특히 지난 22일 최대 라이벌 FC서울과 홈경기에서 0-7 대패를 당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한 축구계 관계자도 스타뉴스에 "서울전 0-7 패배 이후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유 감독이 안양에서 만들어낸 성과는 분명하다. 부임 첫해인 2024시즌 K리그2 정상에 오르며 구단 역사상 첫 K리그1 승격을 이뤄냈고, 이후 1부 무대에서도 팀의 잔류를 이끌었다.

올 시즌 역시 순위만 놓고 보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은 아니다. 안양은 현재 8승10무8패(승점 34)로 K리그1 6위에 자리하고 있다. 3위 전북 현대(승점 38)와도 승점 4 차이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불거진 사퇴설은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병훈 FC안양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영민 부천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실제로 경기 전 이영민 감독도 유 감독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하며 K리그 100경기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 감독은 "축하해야 한다"며 "더 많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경기뿐 아니라 나중에는 500경기, 600경기를 해도 축하해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능력 있는 감독이자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단순히 상대팀 감독이 건넨 의례적인 덕담은 아니었다. 이 감독과 유 감독은 오랜 인연을 자랑한다. 선수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고,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FC안양에서 오랜 시간 함께했다.

이 감독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안양 수석코치로 일할 당시 유 감독은 코치로 함께했다. 이 감독이 2015년 안양 사령탑에 오른 뒤에는 유 감독이 수석코치를 맡아 그를 보좌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걸었고, 이제는 K리그1에서 서로를 상대하는 감독이 됐다.

지도자로서 걸어온 길도 닮았다. 유 감독은 2024년 안양의 정식 사령탑에 올라 첫 시즌부터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구단 역사상 첫 K리그1 승격을 이끌었다. 이후 1부 무대에서도 팀을 잔류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 감독이 이끄는 부천 역시 2025시즌 플레이오프를 거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K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K리그2에서 경쟁하던 두 감독이 각자의 팀을 1부 무대로 끌어올린 뒤 다시 적장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이 감독 역시 이런 인연을 특별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유 감독과 나는 2부에서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올라왔다"며 "1부 무대에서 서로 만나 겨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FC안양의 K리그2 우승 세리머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부천FC의 승격 세리머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로를 워낙 잘 아는 만큼 맞대결 준비는 오히려 더 까다롭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힘들다"며 "다른 팀을 상대할 때라면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유 감독을 상대하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더 생각해야 한다"며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주문까지 다 한 뒤에도 다시 영상을 보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천과 안양은 올 시즌 세 차례 맞대결에서 1승1무1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부천은 지난 5월 안양을 1-0으로 꺾었지만 지난달 맞대결에서는 2-3으로 패했다. 이번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유 감독 역시 경기 전 자신의 100번째 경기에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그는 "감개무량하다. 100경기는 생각도 못했다"며 "이렇게 100경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노력보다 주변 동료들과 선수들, 많은 분들 덕분이다. 저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100경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24년 K리그2 우승과 함께 이뤄낸 K리그1 승격을 꼽았다.

그는 "안양의 승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K리그1에 올라와서도 지금까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병훈 FC안양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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