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폰을, 정부는 보안을 찾았다…블랙베리의 귀환

김평화 기자
2026.08.30 06:00

블랙베리, 휴대전화 접고 통신보안 SW로 한국 시장 재진입
Z세대 틱톡發 구형 블랙베리폰 부활과 대비되는 회사의 변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블랙베리폰 (외부사진)

검은 몸체에 촘촘한 쿼티(qwerty) 자판이 달린 블랙베리폰이 Z세대의 손에서 부활한다. 지난해 재출시를 요구하는 틱톡 영상 한 편이 조회수 600만회, '좋아요' 50만개를 넘겼다. 관련 게시물도 12만5000건을 웃돌았다. 기능이 부족한 구형 휴대전화가 젊은 세대에게는 패션 아이템이 된 것이다.

정작 블랙베리는 스마트폰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자동차와 의료기기, 산업용 로봇, 정부·국방기관의 통신망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했다.

송한진 블랙베리코리아 지사장은 "2016년 휴대전화 사업을 종료하면서 블랙베리가 한국에서도 철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지난 10여년 동안 중요한 시스템을 안전하게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블랙베리폰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자판만이 아니었다. 정부와 기업이 휴대전화로 이메일과 메시지를 안전하게 주고받고, 허가된 사람과 기기만 업무자료에 닿게 하는 통신보안 기술이 핵심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취임 당시 보안을 강화하고 연락 대상을 제한한 블랙베리 기기를 썼다.

송한진 블랙베리코리아 지사장/사진제공=블랙베리코리아

블랙베리의 변신…스마트폰 제조사→소프트웨어사

블랙베리는 스마트폰을 만들며 쌓았던 기술을 보안에 적용했다. 아이폰·안드로이드폰에서 통화·메시지·파일공유를 보호한다. 악성코드·외부 침입을 막는 전통적 사이버보안과 달리,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대화하고 자료를 보내는 '순간'을 지킨다. 고객사 조직은 직원들이 누구와 연락하는지, 어떤 기기로 접속하는지, 무엇을 공유할 수 있는지 직접 통제할 수 있다.

현재 블랙베리의 사업은 자동차·각종 기기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QNX'와 통신보안 '씨큐어 커뮤니케이션'(Secure Communications)으로 나뉜다. QNX는 전세계 2억7500만대 이상의 차량에 실렸다. '씨큐어 커뮤니케이션' 부문은 이제 한국 시장에서 첫걸음을 내딛는다. '씨큐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업무용 스마트폰과 회사 자료를 관리하는 'UEM' △일반 스마트폰을 보안전화로 바꿔 통화와 메시지, 파일을 암호화하는 'SecuSUITE' △위기 때 앱과 문자, 전화로 이어지는 연락망을 지키는 'AtHoc' 등 3가지 솔루션을 제공하며 모두 해외 정부·국가기관 등에서 레퍼런스를 쌓았다.

특히 AtHoc은 수신자에게 "안전한 곳에 있습니까"라고 되묻는다. 이용자가 '안전하다' 또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하면 상황실은 아직 위험지역에 남은 사람을 화면에서 확인한다. 건물 방송과 전광판을 함께 울리거나 현장 직원이 사진과 위치를 상황실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건설현장 붕괴와 발전소 사고, 산불·폭우는 물론 랜섬웨어로 업무망이 멈춘 상황에도 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AtHoc과 SecuSUITE를 사용했다.

블랙베리는 지난 5월 모바일 통합 보안 플랫폼 아이티센피엔에스(ITCEN PNS)를 공식 파트너로 확보하고 정부·공공기관과 금융, 방산, 건설·에너지기업을 공략하고 있다. 공공시장 진입에 필요한 국내 보안인증도 캐나다 본사와 함께 검토 중이다.

송 지사장은 "통신 데이터와 암호화 키, 시스템 운영 권한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조직이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소통하며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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