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고산 지대의 빙하 9만5000개가 빠르게 녹고 있어 네팔 대홍수 같은 참사를 야기할 수 있는 '시한 폭탄'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빙하호가 붕괴할 경우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지구과학과의 댄 맥그래스 교수는 29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산악 지대에서 약 9만5000개의 빙하가 한국 크기와 비슷한 면적을 덮고 있다"며 "이들 빙하가 매우 빠르게 질량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매년 아시아 고산 지대의 빙하가 녹아 흘러나오는 물의 양이 미국 뉴욕시 맨해튼 섬 전체를 약 366m 깊이로 침수시킬 만큼 많다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가 물에 잠길 정도의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 접경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최소 682명이 사망하고 3000명 가까이 실종됐다. 히말라야 고지대의 빙하 붕괴가 홍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영국 로열 홀로웨이 런던대학의 데이비드 사이먼 개발지리학 교수는 기후 변화로 아시아 대륙의 여름이 더 무더워짐에 따라 이번 같은 초대형 자연재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얼음은 온도에 매우 민감해서 영상으로 올라가기만 해도 녹기 시작하고 약해진 영구동토층이 떨어져 나간다"며 "이로 인해 낙석과 산사태, 눈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에 따르면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에는 3000㎡ 이상의 빙하호가 2만5000개 이상 분포한다. 1만㎡ 이상 빙하호도 2000년 2306개에서 2020년 4420개로 약 2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이슨 굴리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대학 지질학과 교수도 뉴욕타임스(NYT)에 "네팔에서 녹고 있던 빙하가 시한폭탄이었다"며 "급격한 온난화로 인해 치명적인 빙하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대홍수가 발생한 네팔-중국 접경 지역에서 1900년 이후 빙설 사태, 빙하 분리, 암빙 사태와 같은 현상을 일컫는 '빙하 붕괴' 현상이 이미 수십 차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23년 인도 시킴에서는 사우스 로낙 빙하호가 붕괴하면서 약 5000만t의 물이 쏟아져 55명이 숨지고 74명이 실종됐다. 지난해에도 네팔과 티베트에서 빙하호와 관련한 홍수로 인명 및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굴리 교수는 그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100년까지 아시아 고산 지대에 남은 빙하의 최대 75%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굴리 교수는 "녹은 물은 빙하 수천 개를 거대한 호수로 변모시킬 텐데, 이는 하류의 취약한 지역사회에 시한폭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