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과 물가 상승 우려가 글로벌 국채 금리를 밀어올리면서 주요 7개국(G7)의 차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G7이 1년여 동안 추가로 떠안을 이자 비용이 500억달러(약 69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월 말 이란전쟁 발발 후 G7의 국채 발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G7이 6개월 간 추가로 부담하게 된 이자 비용이 약 16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전쟁 전 금리 수준이었다면 내지 않았을 비용이다. 이어 FT는 현재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경우 지금부터 내년 3월 말까지 G7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3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란 전쟁 후 약 13개월 동안 G7이 추가 부담할 이자가 5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단 의미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2는 부채 발행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미국이 부담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국채 금리는 공공 부채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중 금리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란 전쟁 직전 4% 수준이었으나 전쟁 후 6개월 만에 4.7%를 넘어섰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같은 기간 4.6%대에서 5.3%까지 상승하며 19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최소 2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금리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 일본 같은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도 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오르는 추세다. 특히 일본에서는 국채 수요 부진 우려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약 30년 만에 3%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2.92%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 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게 국채 금리 상승의 배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전쟁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인공지능(AI) 투자 붐, 각국의 재정적자 확대, 정치적 불안에 대한 우려 등도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워싱턴DC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젠 소장은 "인플레이션 위험 외에도 미국·프랑스·일본을 비롯해 영국과 독일에서도 정치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면서 "여기에 방위비 지출 증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지출 증가, 인프라 지출 증가, 미국 외 지역에서의 친환경 지출 증가는 모두 실질 금리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국채 금리 상승세가 다른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쳐 투자 지형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프리스의 모히트 쿠마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상승은 주식 및 채권 시장에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라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서는 순간 증시에 즉각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고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키워 수익을 압박한다.
그는 이어 "세계 각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중간선거와 유럽 여러 국가의 의회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게 훨씬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