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엄마·언니 집어삼킨 '네팔 대홍수'...말 잃은 5세 소녀

채태병 기자
2026.09.01 15:23
네팔 카트만두의 병원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 소년이 여성의 도움을 받아 벽에 돌발 홍수로 실종된 일가의 사진을 붙이고 있다. /AP=뉴시스

네팔에서 대홍수가 발생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야기한 가운데 5세 여아가 엄마와 언니를 급류에 잃은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네팔리타임스 등 네팔 매체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대홍수 피해를 본 누와코트 지역 베트와리티 마을에 대한 현장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취재진은 대홍수에서 홀로 생존한 5세 소녀 키르티 타망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키르티는 홍수가 마을을 덮쳤을 때 엄마와 언니가 거센 물살에 휩쓸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키르티 역시 급류에 휩쓸려 비탈면으로 떠밀려갔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키르티는 다른 두 아이와 함께 숲속에 피신해 있다가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키르티는 신체 여러 곳에 상처를 입었으나 건강에 특별한 이상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충격이 컸던 탓인지 구조 당시 말을 못 하는 상태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네팔 베트라와티 마을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홍수와 산사태 피해를 입어 토사에 매몰된 모습. /사진=뉴시스

대홍수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취재진이 찾은 베트라와티 마을에는 수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강 주변 숲은 진흙으로 뒤덮였고 곳곳엔 쓰러진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붕괴되지 않은 건물에는 3층 높이까지 잔해가 매달려 있었고, 대형 덤프트럭은 뒤집힌 채 진흙 속에 반쯤 묻혀 있었다. 카트만두에서 베트라와티까지는 평소라면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약 10㎞ 거리였지만, 홍수로 길이 끊기거나 진흙으로 뒤덮이면서 이동에만 약 5시간이 걸렸다.

사진기자 수만은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에도 현장을 취재해 봤는데, 이번 홍수 현장에서 받은 충격이 더 컸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을 단순한 기자 업무로 생각할 수 없었다"며 "현장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것이 굉장히 무례한 일이라고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수만은 또 피해 지역에서 주로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남성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도시나 해외로 떠났기 때문"이라며 "사망자 중 여성 비중이 높고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상당수도 이번 재해에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네팔 정부는 이번 대홍수로 인한 피해 규모를 지난달 31일 기준 사망자 903명, 실종자 4247명으로 집계했다. 구조 및 복구 상황에 따라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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