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 모든 국민에게 5000달러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식료품, 휘발유 등 민생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며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즉시 유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대선이 있는 해에만 열던 전당대회를 이례적으로 9일(현지시간) 개최, 선거를 앞둔 민심 잡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기조연설자로 등장,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 양쪽을 모두 승리한다면 미국 내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트럼프 배당금'이다.
미국 국민 2억 7000여명에게 5000달러씩 지급하기 위해선 이론상 약 1조 3500억달러(약 1807조원)가 필요하다. 미국의 내년 국방비 예산인 1조5000억달러에 근접하는 금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세금 환급금 형태로 지급할 수 있다며 필요한 자금은 관세 부과로 인한 수익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시간 45분간 이어진 장시간 연설에서 자신의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필요성 등 집권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관세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라며 미국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를 위해 전쟁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이란을 향해 고농축 우라늄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의 곡괭이산(픽액스산)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을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라고 묘사하는 식의 비난 공세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협하는 공산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미국의 미래를 급진 좌파 민주당에 넘기면 미국은 앞으로 10년간 겨우 다시 일어서는 데 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투표용지에 있다고 내가 생각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미국 정치사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가 열린 건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전당대회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열린다. 1982년 민주당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개최한 게 전부다. 공화당은 역사상 처음이다. 이번 전당대회 개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저조하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열세가 예상되자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업체 디시전 데스크 HQ(DDHQ)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230대 205, 상원에서 51대 49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로 민생은 이중 압박을 받으면서 정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공화당 텃밭' 텍사스주도 경합 지역으로 분류됐다. 텍사스 법무장관인 켄 팩스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는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근소하게 밀렸다.
이날 전당대회 무대에 오른 공화당 후보들은 이란 전쟁과 관세 정책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팩스턴 후보는 텍사스 전역의 식품 저장소에 500만개 이상의 달걀을 배포하겠다는 등 물가 인하 정책을 내세우며 관세·이란 전쟁은 언급하지 않았다. 마이클 왓틀리 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후보, 마이크 콜린스 조지아 하원의원, 존 허스테드 오하이오 상원의원 등도 세금 감면과 이민 정책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10일까지 이틀간 치르는 전당대회에는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후보자 1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잔 콜린스 메인주 상원의원, 댄 설리번 알래스카 상원의원 등 일부 경합주의 후보들은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은 캐나다와 교역량이 많아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곳이다. NYT는 "일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데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전당대회에 불참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