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실·학생시위…국채 불안 프랑스, 제2의 그리스 위기 부르나

유효송 기자
2026.10.12 11:27

블룸버그 "그리스 부채 위기 떠올라"

한 시민이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고등학생들로 시작된 이번 시위에 대학생, 학부모, 교사, 공무원 노조, 농민단체까지 합류하고 있다/AP=뉴시스 /사진=민경찬

프랑스 채권시장의 혼란이 유럽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 부실과 정치적 불확실성, 확산하는 학생 시위가 겹치면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같은 불안이 이어지면 2010년 그리스 위기 때와 같은 전염 공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현재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4%대 후반까지 올라 약 25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블룸버그 시장 데이터 기준 지난 9일(현지시간) 금리는 4.85%였고, 올해 들어서만 1.3%포인트(p)가량 뛰었다. 같은 날 프랑스 국채의 이탈리아 국채 대비 위험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 프랑스 10년물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한때 150bp(1bp=0.01%p)를 넘어섰다.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프랑스 채권이 힘을 못 쓰는 데엔 만성적인 재정 문제가 있다. 프랑스는 50년 넘게 재정 흑자를 낸 적이 없고, 국가부채는 12개월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120%를 넘을 전망이다. 이는 2019년의 100% 미만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자 비용은 내년 900억 유로를 웃돌아 연간 교육 예산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상황도 불안하다. 내년 대선에서는 극우 진영 마린 르펜과 좌파 장뤼크 멜랑숑이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전면 개혁하겠다고 공약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르펜은 5.4%인 재정 적자를 3.7%로 대폭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제시한 반면 연료세 감면과 일부 근로자의 조기 은퇴 연령을 60세로 낮추겠다는 비용이 많이 드는 공약도 내놨다. 이같이 막대한 재정 조정이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잖다.

여기에 학생 시위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된 시위에는 수십만 명이 참여했고 일부는 폭력 사태로 번져 수천 명이 체포됐다. 시위대는 과밀 학급과 노후 학교를 개선할 자금으로 100억유로(약 15조원)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출 확대 요구가 커져 시장은 정책 방향 전환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교사 부족에 시달리는 학교에 약 3000명의 교사를 파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위 주최 측은 추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는 약 3조유로 규모의 경제에 약 3조6000억유로(약 5419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이는 2010년 당시 그리스 부채의 약 10배다. 프랑스에 대한 우려가 다른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이달 들어 유로화는 모든 G10 통화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프랑스 상황에 "15년 전 유로존을 거의 붕괴시킬 뻔했던 그리스 부채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다른 국가 부채로 파급될 조짐을 경고했다. 유럽연합(EU) 창립 회원국인 프랑스는 경제규모가 크고 전통적으로 다른 회원국들의 보호자 역할을 해온 만큼 더 큰 스트레스 테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프랑스는 여전히 차입 여력이 있고, 프랑스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은행들은 2010년보다 자본력이 더 탄탄하다는 반론도 있다.

프랑스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미셸 사팽은 "경제 활동 부진, 심각한 재정 위기, 그리고 대선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진정한 우려를 부추기고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 그룹의 금리 전략가는 "프랑스 국채 매도세와 사회 불안은 현재 프랑스의 정치적 양극화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며 "한 위기를 해결하면 다른 위기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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