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이후 주가 상승세를 내다보면 월가 전망이 무색해졌다. 민주당의 선거 압승 후 반짝 상승했던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불안 속에 다음 날 급락하면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타델증권, JP모건을 비롯한 월가 주식 전문가 대부분은 중간선거가 끝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 대기 자금이 충분한 만큼 투자자들이 선거가 끝나면 주식 보유 비중을 다시 늘릴 거라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뉴욕증시는 상승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하루 만에 반전됐다. AI 규제 확산으로 투자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5일 하루에만 나스닥100지수에서 시가총액 2조3000억달러가 증발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다. S&P500지수는 4.4%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2.2% 넘게 급락했다.
하루 급락으로 증시 추세가 바뀌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이 같은 시장의 변덕은 월가 전문가들조차 증시 방향을 예측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존 플러드 골드만삭스 미주 주식 서비스 책임자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도세 부추긴 '시스템 매매 전략'
블룸버그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펀드들의 '시스템 매매 전략'이 매도세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시스템 매매 전략이란 기업 실적이나 경제 상황보다 주가 흐름과 시장 변동성 등 사전에 설정해둔 변동성 기준에 따라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전략이다. 시스템 매매 전략을 활용하는 일부 펀드가 향후 24~48시간 동안 매도할 미국 주가지수 선물 규모는 약 1350억달러(약 18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과거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이번에는 오히려 주식을 팔아치운 점도 하락 압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별 주식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하루 순매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뉴욕 시간 5일 오후 3시 기준 개인투자자들의 개별 주식 순매도액은 3억3800만 달러에 달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급락세는 매수 타이밍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CIO인 래리 애덤은 기술주에 대한 "무차별적인 매도세는 매수 기회"라며 투자자들이 "좀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다면 현재 수준의 밸류에이션은 훗날 좋은 매수 기회였다는 것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