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을땐 '악착같이' 돌려줄 땐 '나몰라라'

걷을땐 '악착같이' 돌려줄 땐 '나몰라라'

이재경 기자
2008.05.22 13:25

위헌판결에도 거부하는등 세금·부담금 환급받기 어려워

운전면허증이 있나요? 그렇다면 최대 2만4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것 아셨나요?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고요? 그렇다면 수백만원에 달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는 것 아셨나요?

세금을 알지 못해 더 냈다고요? 그렇다면 낼 때는 한번에 낸 세금, 돌려받을 땐 세무서와 구청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것 아셨나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기관에서 잘못 징수했거나 납세자가 초과납입한 각종 세금이나 부담금, 분담금의 경우 다시 돌려받기란 쉽지 않다. 즉 환급사실 자체를 몰라서 돌려받지 못한 경우, 알아도 절차가 복잡해서 포기하는 경우, 위헌판결이 났는데도 정부에서 환급을 거부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해당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나더라도 돈을 돌려줄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3월 학교용지부담금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이후 그동안 거둔 부담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들끓자 지난 해 4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위헌결정 자체로 환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의 주장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할 뿐"이라며 "즉 어떤 법률이나 법률의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됐다고 해서 위헌 결정일 이전에 부과ㆍ징수한 조세, 부담금 등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그동안 위헌판결로 환급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해 3월 31일 기준으로 헌재가 위헌결정(헌법불합치 등 변형결정 포함)을 한 법률조항 가운데 조세ㆍ부담금ㆍ연금ㆍ보상금 관련 법률은 교통안전공단법(교통안전분담금), 군인연금법 등 총 60건으로 이 가운데 위헌결정일 이전에 유효하게 부과ㆍ징수한 것을 돌려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위헌결정이 났음에도 납세자가 돌려받은 경우는 그동안 거의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1999년에 위헌결정을 받은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의 경우에도 2001년도에 전체 환급을 위한 특별법제정 청원이 있었으나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환급사실 고지하지 않은 것 위헌"

최근 이런 정부의 관행에 제동을 거는 위헌소송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16일 교통안전분담금 환급신청 기한(2006년말)을 넘겼다는 이유로 개별통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환급을 못받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 재산권,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납세자연맹은 '개별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환급절차를 중단한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교통분담금은 운전면허 취득이나 갱신, 자동차 신규등록 때 수년분을 한꺼번에 납부해 오던 것으로 환급은 지난 2002년 1월1일 이 제도 폐지 이후의 선납분을 돌려주는 것이다. 즉 2001년까지 면허증을 발급받았거나 자동차를 신규등록했다면 누구든 이 분담금을 냈지만 환급해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당수 대상자들이 환급기한을 넘겨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상실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교통안전분담금 환급대상액 1267억원(3310만건)중 686억원(1701만건)은 환급신청기한인 지난 2006년말까지 환급됐다. 그러나 전체의 46%에 달하는 581억원(1609만건)은 현재 미환급 상태로 남아있다.

환급 대상자는 200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택시, 용달 등 영업용 자동차를 제외한 자가용자동차(승합차, 화물차 포함) 소유자와 운전면허소지자 등이다.

환급금액은 개인별로 최소 몇천원에서 최대 2만4600원이며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인터넷 홈페이지(www.rtsa.or.kr)를 통해 2007년 1월2일까지 신청한 경우에만 환급됐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이경환 변호사는 "세금을 환급할 때는 소액도 통지를 하고 주소 불명인 경우에만 개별 통지없이 공고하고 있는데 비해 이번 교통안전 분담금의 경우 개별 통지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위헌 학교용지부담금도 환급이 요원

위헌결정으로 환급대상이 된 학교용지부담금도 환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학교용지부담금은 지난 2001년부터 2005년 초까지 신규 주택을 분양받은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부과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상 의무교육 및 그 무상성의 원칙과 부담금 부과의 기본원칙 위배,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따른 평등의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받게 됐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적극적으로 환급을 해주지 않아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일부 납부자에게만 환급이 이뤄졌다.

결국 환급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고 올 3월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이 특별법은 오는 9월 15일부터 시행된다.

그럼에도 아직 법률만 제정된 상태이며 구체적인 환급절차나 방법 등을 규정하는 시행령은 초안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환급을 위한 예산마련문제나 관계부처 협의 등으로 (시행령 마련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법이 시행되는 9월이 목표지만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행령이 발표되더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환급 대상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돈을 돌려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환급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 돌려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특별법은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한 자가 '시도지사에게 환급신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 지자체가 거둬들인 학교용지부담금 총 징수액은 5664억원에 이른다. 납부인원만 31만6026명이다. 이 가운데 이의신청 및 소송을 통해 환급을 받은 납부자는 6만6098명이다. 환급된 금액은 1135억원이다.

따라서 아직 환급되지 않은 금액은 4529억원이다. 이번 특별법 통과로 환급받는 대상이 되는 인원은 24만9928명이다. 납부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이자는 총 1288억원이다.

◇초과징수한 세금 돌려받으려면 세무서ㆍ구청 오가야

세금을 더 낸 경우 차액에 대해 환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각 세목에 따라 세무서와 지자체를 오가며 별도로 받아야 한다.

김선택 회장은 "세금은 소득세나 주민세가 한꺼번에 통장에서 빠져나가게 된다"며 "납세는 한번이지만 환급은 이만저만 까다로운 게 아니어서 절차를 번거롭게 만들어서 못받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매년 5월이면 소득세 확정신고가 있다. 이때 근로소득자의 경우 과거 연말정산시 누락된 부분에 대해 추가로 신고를 할 수 있다. 소득세를 신고했는데 누락이 됐거나 신고를 잘못해서 세금을 많이 냈을 경우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득세와 이의 10%로 낸 주민세는 한꺼번에 돌려받을 수 없다. 소득세는 세무서에서, 주민세는 구청 등 지자체에서 받아야 한다.

김 회장은 "고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세금을 내지 않거나 적게 내면 과중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며 "하지만 더 많이 거둔 세금이나 납세자의 착오로 추가로 더 낸 세금에 대해서는 돌려받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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