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펀드의 변심은 무죄?

[기자수첩]펀드의 변심은 무죄?

임상연 기자
2011.01.19 07:23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행태가 꼭 그렇다.

지난해 자문형랩이 큰 인기를 끌자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자문형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자문형랩처럼 일부 종목에 집중투자해서는 주가하락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경고의 요지였다.

장기, 분산투자가 기본 운용철학인 자산운용업계 시각으로는 단기 압축투자에 초점을 맞춘 자문형 랩과 같은 상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그랬던 자산운용사들이 요즘 목표전환형펀드나 압축포트폴리오펀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이름 그대로 될 만한 몇 개 종목에 집중 투자해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포장만 펀드일 뿐 사실상 자문형 랩과 똑같은 구조다.

운용사들이 '자문사 따라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자문형 랩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운용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영상태가 취약한 일부 신생 운용사들이 자문형 랩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최근에는 대형 운용사들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 '쉬쉬'하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이제는 자문형랩이 운용사의 마케팅 능력을 자랑하는 도구가 돼가고 있다.

심지어 자문사의 운용자문을 받는 펀드를 준비 중인 운용사들도 있다. 실제 KTB자산운용을 비롯 일부 운용사들이 한국창의, 브레인투자자문 등과 함께 자문형 주식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간접투자시장의 맏형격인 운용사들이 아우격인 자문사를 따라하는 것도 모자라 자문사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가 나쁜 건 아니다.

시장 흐름에 맞는 발 빠른 변화는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변화는 방향을 잃기 일쑤다. 한 운용사 대표는 "오랜 시간 어렵게 만든 장기 간접투자문화가 깨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가 정체성을 잃고 '로맨스와 불륜' 사이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이 펀드 시장의 숙원인 장기 간접투자문화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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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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