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관련 불구속 기소, 벌금형만 받아도 '면직'… 일부에선 공동전선 논의도
여의도 증권가가 발칵 뒤집혔다. 스캘퍼(초단타매매자)의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를 수사해온 검찰이 수사선상에 오른 12개 증권사(1명은 전직) 대표 모두를 자본시장통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해당 증권사는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HMC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전직), LIG증권, 현대증권, 한맥증권 등이다.
국내 대표 증권사 사장들이 나란히 법정에 서는 것만 해도 당사자들로서는 '참담'할 노릇이고, 최악의 경우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증권사 사장들이 한꺼번에 현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초유의 사태다. 관련 증권사들은 예상치 못한 검찰의 '기습'에 놀랍고 당황스러워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벌금만 받아도 '면직', 증권업계 "테러 수준"
증권업계는 검찰이 12개 증권사 대표를 이번 주 3일(21~22일) 사이에 줄소환할 때까지만 해도 대표를 직접 기소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다소 느긋하게 대응했다. 증권사 수장을 겨냥하더라도 스캘퍼의 불법 행위 가담 정도가 중한 몇몇만 기소될 것으로 봤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는 12개 증권사 대표 일괄 기소였다.
검찰의 주장대로 법정에서 '전용선=불법'으로 판결난다면 12개 증권사 사장 및 임원들은 자본시장법에 근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자통법 24조 3항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현직을 상실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5년간은 재취업이 금지된다.
즉, 만약 재판을 통해 벌금형이라도 받으면 사실상 증권업계에서 ‘퇴출’된다는 얘기다. 이는 증권사 대표와 함께 기소된 15명의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해당 증권사들은 검찰 발표 직후 간부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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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검찰로부터 공소장이 접수되는 대로 법무팀을 풀가동해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 증권사 임원은 "형이 최종 확정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당장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무더기 대표 면직이라는 상황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법무실장은 "사실 검찰이 대표를 조사했어도 무죄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와 참담한 심정"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무죄 입증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법리공방 치열할 듯
검찰은 스캘퍼가 특혜를 받은 만큼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어 전용선을 '부정거래'로 판단했다.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자본시장법 178조 제1항이 근거 조항이다.
검찰은 지난 4월 스캘퍼 및 증권사 직원들을 기소하면서도 '시험 볼 때 남들보다 시험지를 먼저 받고 문제 힌트까지 독점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스캘퍼에게 전용선을 제공한 것은 관행적인 영업행위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간 스캘퍼에게 전용선 및 편의 제공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감독당국이 이를 문제삼지 않아온 점도 증권사가 내세울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다.
검찰 수사후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ELW 건전화방안에서도 증권사가 전용선을 제공하거나 주문시스템 탑재 등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했다. 다만 방화벽을 거치거나 주문시 주요 항목은 반드시 체크토록 했다.
한 증권사 범무팀장은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전용선은 선물옵션 시장에서 이미 정착된 거래 방법"이라며 "단기간 급성장한 ELW시장에서 전용선을 이유로 개인이 모두 손실을 봤다고 전제하고 이를 불법이라고 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스캘퍼와 증권사 직원간에 금품이 오가는 등 불법행위가 있었지만 그런 부분까지는 대표가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검찰 관계자는 "증권사 사장들이 전용선 제공 결재 서류에 직접 서명한 만큼 책임라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증권사들은 그럼에도 전용선 특혜 제공을 묵인하거나 지시한 것이 직접적인 불법행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수사결과에서 밝힌대로 ‘연대 책임’을 물어 대표를 기소한 게 기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도 법정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대응 논의도
일부에서는 12개 증권사가 ‘공동전선’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다른 증권사들의 대응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같은 혐의로 일괄 기소된만큼 증권업계도 공동대응에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별로 스캘퍼와 공모 정도가 제각각이어서 공동대응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 스캘퍼로부터 얻은 수익이 미미한 증권사들은 스캘퍼를 위장 취업시키거나 스캘퍼 거래를 통해 거둔 수수료 중 일부를 스캘퍼에게 돌려주는 등의 행위를 한 증권사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모 대형 증권사 간부는 "검찰이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일괄 기소한 것 같은데 재판 과정에서는 증권사별로 혐의 내용을 별도로 따지는 게 정상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