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과연 어떤 합의와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겠습니까."
김준규(56·연수원 11기) 검찰총장은 4일 사퇴의사를 밝히며 이 같은 심경을 전했다.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총장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책임을 지고 총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 사퇴에 앞서 대검 홍만표(52·연수원 17기) 기획조정부장, 김홍일(55·연수원 15기) 중앙수사부장 등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사퇴하면서 이들의 사의를 모두 반려했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의 집단반발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도처에서 감지된다. 일선 검찰청의 평검사 회의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여전히 곱지 않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달 30일 검찰의 집단행동에 대해 "밥그릇 싸움에 집단 행동하는 막나가는 검찰"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공무원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조차 저버렸다"며 "국회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하면서 무소불위의 검찰임을 각인시켰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며 집단행동의 정당성을 항변했다. 검찰은 수사지휘를 대통령령으로 할 경우 경찰의 입김이 세져 검찰의 효율적인 지휘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고 정치권의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검찰의 항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안 처리는 국회 고유의 권한이다. 국회 입법권에 대해 집단행동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칫 국민의 뜻을 거스리는 처사로 비춰질 수 있다.
국회의 입법권은 전 국민적인 합의에 근거하고 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사직서'가 아닌 '적절한 절차'를 통해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수사 지휘에 관한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검찰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순리다. 검찰 역시 합의와 약속을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