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창업과 경영, 모두 성공하기 위한 요건은

지난 6월 트위터 창업자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이 겪는 '창업자의 저주'가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기업이 한창 성장할 즈음 다른 경영진이 똘똘 뭉쳐 창업자를 몰아내고 이렇게 창업자가 없는 동안 기업은 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창업자는 자신이 믿었던 동료들의 저주를, 기업은 쫓겨난 창업자의 저주를 받는 셈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애플과 스티브 잡스여서 이 현상은 '잡스 신드롬'으로 부를 수 있지만 최근 구글, 트위터 등에서도 목격되는 만큼 특정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잡스의 저주, 애플 시들시들= 지금이야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성공의 아이콘으로 통하지만 그는 한 때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루저'였다. 잡스는 1983년 펩시 CEO이던 존 스컬리를 "평생 설탕물(콜라)만 팔겠느냐"며 자신만만하게 영입했다. 바로 그 '설탕물 장수'가 2년 뒤 자신을 몰아낼 줄은 몰랐다.
1985년 스컬리가 소집한 이사회에서 잡스의 지위는 박탈됐다. 이것이 '스컬리의 난'이다. 잡스가 물러난 뒤 애플은 마치 그의 저주에 빠진 듯 추락을 거듭했다. 잡스는 드림웍스 등 또다른 회사를 경영하며 절치부심, 마침내 1997년 임시 CEO로 애플에 복귀했다.
그 후 애플의 눈부신 성과는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팟과 아이폰이 증명한다. 애플 주가는 97년 말 주당 3.3달러에서 지난 2분기 335달러로 상승, 100배 넘게 뛰면서 창업자의 저주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잘나갈 때 물러나는 창업자, 왜= 지난달 트위터 창업자들은 26년 전의 잡스처럼 퇴진 수순을 밟았다. 비즈 스톤, 에브 윌리엄스, 그리고 잭 도시 등 창업 3인방 가운데 윌리엄스와 스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2007년 트위터를 세운지 4년만이다.
두 사람은 트위터의 모태이기도 한 벤처회사 오비우스(Ovbious)로 복귀하기로 했다. 스톤은 트위터 투자사이기도 한 벤처캐피탈 스파크의 자문역도 맡아 트위터 밖의 활동에 속도를 냈다.
트위터 창업자들의 이 같은 결정은 창업자의 저주를 다시 일깨웠다. "창업은 어렵지만 경영은 더욱 어렵다"는 금언이 미국 벤처업계에도 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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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무엇보다 창업자와 경영자에게 각각 필요한 덕목이 다르기 때문. 특히 요즘 실리콘밸리 신생기업의 창업자는 대개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창성으로 무장한 청년들이다. 심지어 사회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괴짜들도 수두룩하다.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친화력이나 현실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에겐 몇몇 친구들과 허름한 차고에서 벤처를 시작하긴 쉬워도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같은 CEO 역할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경영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들과 기업의 미래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한다. 기업이 막 성장가도에 오른 때 젊은 창업자들이 경영에서 손을 떼는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1998년 25세에 구글을 공동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비슷한 경우다. 구글은 그동안 두 사람과 2001년 영입한 에릭 슈미트 CEO로 구성되는 트로이카 체제로 경영을 했지만 실제 경영은 슈미트가 맡았고 두 창업자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창업자, 은총인가 저주인가= 그렇다고 모든 창업자가 경영에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들에겐 전문 경영인이 따라가기 힘든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다. 부모(창업자)가 자식(기업)을 버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창업자들이 특유의 독창성이나 추진력과 같은 창조의 DNA를 활용하면 그 성과는 엄청날 수 있다. 창업자의 저주가 아니라 은총을 받는 셈이다.
이런 기업으로는 애플을 비롯, 래리 엘리슨의 오라클,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첫손에 꼽힌다. 미국 세콰이아 캐피탈 모리츠 회장은 이밖에 프레드 스미스의 페덱스,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닷컴을 제시한다. 최근 해킹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도 이런 점에선 빠지지 않는다.
반대로 어떤 창업자는 회사의 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1995년 28살에 저가항공사 이지젯을 창업한 그리스계 영국인 스텔리오스 하지-이오아누 경은 CEO가 아님에도 회사 경영진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란 지위 때문이겠지만 이지젯은 '창업자의 저주'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 트위터는 물론이고 최근 래리 페이지가 CEO로 나선 구글은 어떤 과정을 밟을까. 앞선 모범사례와 반면교사를 살펴보면 몇 가지 팁을 발견할 수 있다.
◇창업자의 저주 피하는 3가지 방법=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앤드류 힐에 따르면 첫째 과제는 인내심을 갖는 것이다. 우선 빨리 돈을 벌겠다는 유혹을 이겨야 한다.
2004년 6월 마크 주커버그는 1000만달러에 회사를 팔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전세계 대부분이 페이스북의 '페' 자도 모르던 시절이다. 그는 아직 학생이었고 당시 1000만달러면 적잖은 돈이었지만 주커버그는 여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기업이 성공하자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이자 창업자이기도 한 루크 존슨은 아이디어를 기업으로 만들어서 성공시키자면 적어도 10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세콰이아 캐피탈의 모리츠 회장도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은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둘째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시장과 타협하지 못하고 상장을 스스로 폐지했지만 그는 여전히 회사의 얼굴이고 성과도 좋다. 경영을 계속 하되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 경우다.
브랜슨과 달리 경영욕심을 버려서 모범이 된 사례도 있다. 실리콘 그래픽스와 넷스케이프를 창업한 짐 클라크의 말은 명언으로 통한다. "나는 벤처자본가가 될 만한 사람이 아니고 매니저(경영자)가 될 만한 사람도 아니어서 그런 일은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기업을) 시작하는 것뿐이다."
한편 창업가가 자신의 회사에 너무 오래 머물러도 리스크를 안게 된다. 자신에 대한 찬사에 취하고 주변을 '예스맨'으로 채울 수 있다. 창업자의 현실감각도 검증하기 어렵다. 제왕적 CEO가 위험하다지만 환상을 좇는 창업가 CEO는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치명적이다.
따라서 성공하는 창업가의 마지막 요건은 훌륭한 후계자를 세우는 일이다. 앤디 그로브가 인텔의 명성을 이어가는 것은 좋은 사례다. 애플은 현재까진 창업자의 저주를 눈부신 성과로 승화했지만 잡스를 이을 후계구도가 불확실한 만큼 완전히 성공했다기엔 아직 이르다.
트위터에선 창업자 2명이 물러나는 대신 구글 출신 CEO 딕 코스톨로가 경영을 맡았다. 스톤과 윌리엄스는 창업자의 저주에 덜미를 잡혀 실패한 경영자로 역사에 남는 걸까. 아니면 언젠가 회사에 돌아와 창업자의 은총을 넉넉히 내려줄까. 영단어 은총(blessing)은 반어적으로 쓰면 저주라는 뜻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