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고정되지 않는 고정금리...이번엔 바뀔까

[우보세]고정되지 않는 고정금리...이번엔 바뀔까

박소연 기자
2026.10.29 05:1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지인은 3년 전 은행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으며 고정금리(연 3.6%)를 택했다. 당장의 금리는 변동형이 더 낮았지만, 3.6%에 해당하는 원리금이 매달 빠져나가는 것을 감당할 수 있단 판단에서였다. 향후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그에 따른 기회비용은 감수하기로 했다.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에 베팅하기보단, 금리가 올라 상환 능력을 뛰어넘을 리스크를 회피하기로 한 것이다.

지인은 2년 후에도 웃을 수 있을까.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원리금 상환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은행의 고정금리 상품은 대부분 '5년 조건부' 고정금리다. 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는 보금자리론처럼 장기 고정형 상품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차주들이 자신의 상환 능력에 맞춰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돼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19개 국내은행 주담대 가운데 올해 4분기에 금리가 바뀔 예정인 잔액은 165조원에 달한다. 직전 3분기(143조9000억원)보다 21조1000억원 많다. 금리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의 주담대 금리는 대부분 인상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초저금리로 주택을 구입한 차주들의 금리 재산정 시기가 대거 돌아오면서 '영끌족 비명' 등의 헤드라인이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금리 재산정에 따른 부담은 개별 차주의 문제를 넘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제도개선 방안을 근본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금리 재산정을 앞둔 차주들에게는 늦은 약속이다. 금리 재산정을 앞둔 주담대는 2030년까지 매 분기 12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금리 변동에 따른 가계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금리 하락기엔 고정금리가 차주에게 불리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만큼 일단 장기 고정금리라는 선택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은행들은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 때문에 장기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꺼린다. 십수년 전부터 이 문제가 지적됐지만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된다. 당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주택저당증권(MBS)과 커버드본드 활성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10년, 20년, 30년 등 장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금융당국이 조성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소연 기자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