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설악산
‘설악병’이란 병명이 있다. 설악산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앓는 상사병이다. ‘설악’이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고 심장이 뛰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흥분 상태…. 증상은 단풍 물드는 가을날 더욱 깊어진다. 그리하여 참다못한 사람들은 가을날 어느 새벽, 배낭을 꾸려 길을 나선다. 단풍으로 물든 가을 설악, 그 품에 안기기 위해.
우리나라의 가을은 설악에서 시작한다. 대청봉 주변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설악병’에 걸린 전국의 산꾼들은 설악에서 들려오는 가을 소식에 귀를 쫑긋 기울인다. 이윽고 단풍이 공룡능선을 더듬고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오면 그들은 한달음에 설악의 품으로 달려간다.

◆설악병을 치유하러 떠나는 단풍 산행
남한 땅에 솟아있는 설악산(1708m)은 한반도 최고라는 북녘의 금강산(1638m)과 쌍벽을 이룰 만큼 빼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는 명산이다. 공룡능선, 천화대, 범봉, 용아장성…. 하늘을 향해 타오르는 돌불꽃 석화성(石火星)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때맞춰 피어오른 새하얀 운해가 불타는 암봉들을 휘감는다면 그 누구라도 설악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바로 ‘설악병’이다.
최남선은 ‘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면서도 웅장하다'고 했다. 틀림없는 말이다. 더 거슬러 오르면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 부근을 일컬어 ‘산과 바다 사이에 기이하고 훌륭한 경치가 많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토록 아리따운 설악산(雪嶽山)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불린 것일까. 고지도 연구가들은 설악산의 명칭이 나타나는 가장 오래된 지도는 1530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첨부되어 있는 ‘도별도(道別圖)’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여기엔 강원도 동람도에 산 표시와 함께 ‘설악(雪嶽)’이 표기되어 있다. 이후 조선시대 설악산의 명칭은 설악, 설산, 설악산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 가운데 ‘설악’이라 표기된 지도가 가장 많다.
요즘엔 정상인 대청봉의 백두대간 마루금을 중심으로 해서 서쪽(인제)지역을 내설악, 동쪽(속초)지역을 외설악, 남쪽(양양)지역을 남설악으로 나누기도 한다. 속초에서 외설악으로 들어설 때 베이스캠프는 설악동이다.
외설악의 주찰인 신흥사(新興寺)는 652년에 자장이 향성사(香城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절집. 전쟁통에 불타버리는 바람에 유서 깊은 유물은 남아 있지 않으나 설악동 입구 켄싱턴호텔 앞에 세워져 있는 향성사지3층석탑(보물 제443호)은 눈길을 끈다. 근래에 세운 통일대불은 신흥사의 새로운 명물로 대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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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에서 시작하는 외설악 산행 코스는 크게 마등령 코스와 천불동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천불동 코스는 비선대에서 희운각 대피소까지 이어지는 계곡 산행길이고, 마등령 코스는 비선대에서 마등령으로 올라 공룡능선을 따라 희운각을 거쳐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코스다.

설악을 제대로 느끼려면 전국 산꾼들의 로망인 공룡능선 종주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코스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설악동 소공원~비선대~귀면암~양폭산장~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 원점 회귀 코스가 약 11시간이나 소요된다. 그렇지만 여러 사정상 산행이 아니라 관광으로 속초를 찾았다 하더라도 어찌 설악의 단풍을 그냥 지나치겠는가. 설악동을 거닐면 아쉬우나마 가을 설악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데….
가장 수월하게 외설악 단풍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은 케이블카다. 설악동 소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인 권금성에 오르면 속초와 동해바다, 그리고 돌불꽃으로 피어나는 외설악 대부분의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는 10월 첫째주 현재 단풍이 대청봉을 덮고 공룡능선까지 내려왔다. 10월 둘째주엔 천불동계곡까지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보다 아래의 설악동 단풍은 10월 셋째주 무렵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 문화재보호구역 입장료 어른 2500원, 중고생 1000원, 초등학생 600원. 주차료는 승용차 4000원. 설악케이블카(왕복) 중학생 이상 8500원, 어린이 5500원.

◆10월 2주간 주말마다 열리는 설악문화제
올해로 제46회를 맞는 설악문화제는 ‘한국 제1의 관광도시’ 속초를 대표하는 향토문화축제다. 설악산과 관련된 산촌문화, 동해의 어촌문화, 그리고 청호동 아바이마을로 대표되는 실향민문화를 부각시켜 차별화된 문화관광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올 설악문화제는 10월14~16일 사흘간 열리는 산악페스티벌, 22~23일 이틀간 펼쳐지는 거리페스티벌 이렇게 두가지 테마로 나눠 진행한다. 10월 중순이면 오색 단풍으로 물들 설악동 일원에서 펼쳐지는 산악페스티벌은 Maple Concert, 전국 산악인 등반대회, 설악산 산소길 생태 탐방, 사진 콘테스트 등의 행사가 준비돼 있다. 설악문화제의 대표적인 행사인 등반대회는 설악산국립공원의 정규 개방코스 외에 전문 등산가들의 안내를 받아 단풍든 가을 설악의 새로운 코스를 산행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다. 참가 신청은 10월12일(수) 오후 6시까지 설악문화제 홈페이지(www.seorakfestival.com)를 통해 하면 된다.
여행수첩
●교통▲서울양양고속도로→동홍천 나들목→44번 국도→인제→미시령터널→설악동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하조대나들목→7번 국도→양양→설악동 <수도권 기준 3시간~3시간30분 소요>
●숙박설악산 여행의 베이스캠프인 설악동엔 숙박업소가 많다. 호텔은 설악파크(033-636-7711), 켄싱턴스타호텔(033-635-4001), 설악산관광호텔(033-636-7101) 등이 있다. 그 외 노루목리조트(033-636-7171), 더갤러리아(033-632-3133) 등도 깨끗하다.
●별미설악해맞이공원이 있는 설악산 입구 삼거리의 내물치 횟집촌의 용궁횟집(033-635-6854)은 자연산 활어와 물회가 맛있는 집이다. 일출봉횟집(033-635-2221)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참조설악산국립공원 전화 033-636-7700, 홈페이지http://seorak.knps.or.kr, 설악문화제 위원회 033-635-8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