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장관 4년前 英 중앙銀 총재에게 이메일로 리보 개혁 요구
영국 런던을 발칵 뒤집은 런던 은행간 금리(LIBOR) 조작 추문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 워싱턴에 상륙했다.
폴 터커 영국 중앙은행 부총재가 이번 주 초 영국 의회 청문회에서 진땀을 뺀 데 이어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리보 조작을 4년 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샀다.
유럽 재정위기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 은행들은 과징금 수백억달러를 물고 신용까지 잃게 돼, 파문의 끝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 기준금리인 리보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타격을 받은 서방 금융권이 리보 조작 추문으로 권위까지 잃게 됐다.
◇리보 스캔들, 런던에서 워싱턴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지난 2008년 리보 조작을 인지했던 정황이 포착돼, 뉴욕연방준비은행 더 나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리보 조작을 알고도 묵과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일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13일 뉴욕 연은 총재였던 가이트너 장관이 지난 2008년 6월1일 영국 중앙은행의 머빈 킹 총재에게 e메일을 보내 리보금리 개혁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뉴욕 연은이 은행의 리보 조작을 알고도 4년간 제대로 된 조사나 처벌을 내리지 않았단 뜻이 된다. 리보 조작 추문으로 가장 먼저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클레이즈 고위 경영진이 줄줄이 옷을 벗은 가운데 영국과 미국 금융 감독 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가이트너 장관이 사임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뉴욕 연은은 13일 리보 보고서를 발표해, 의혹을 진화할 예정이다. 앤드리어 프리스트 뉴욕 연은 대변인은 이 보고서가 "뉴욕 연은이 4년 전 리보 문제를 밝히고 개혁을 압박하는 즉각적 행동을 취했단 사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 감독 당국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지를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12명은 법무부에 은행과 규제 담당자 조사 범위를 확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라고 주문했다. 상원의원들은 가이트너 장관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사 강화 주문으로 미국 금융 당국에 연루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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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과징금만 25조원 넘을듯, 리보 위상 흔들
리보 조작 추문에 연루된 대형 은행 12곳은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를 앞두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12곳의 과징금이 적어도 220억달러(25조원)에 달하고, 이것이 은행들의 주당 순이익을 4~13% 갉아먹을 것으로 추산했다.
집단 소송으로 물게 될 비용은 은행당 평균 4억달러에 이른다. 리보는 360조달러 규모의 금융상품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 금리기 때문에 리보 조작의 피해를 산출하는 것 역시 논란거리다.
하지만 바클레이즈가 가장 먼저 리보 조작을 인정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점을 감안하면, 다른 은행의 과징금은 이보다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바클레이즈는 지난달 미국과 영국 감독 당국에 총 4억5600만달러를 과징금으로 부과 받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공동 조사를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대형 은행들이 물 과징금 규모는 수십업달러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뉴욕 연은과 같은 날 리보, 유리보, 티보 등과 연계된 금리 파생상품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제 기준금리로 통용됐던 리보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고, 시장 금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단 지적에 따라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미국 연방기금 실질금리, 미국 국채금리, GCF(General Collateral Finance) 환매조건부채권 매매 금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986년 시작한 리보 시스템이 더 이상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보를 옹호하는 영국은행연합회(BBA)는 리보 감독을 톰슨 로이터에 맡겼지만, 올해 초 위원회를 발족하고 개정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