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처음으로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가?"
TED(테드)에서 화제가 됐던 영국 대중철학자 스티븐 케이브의 강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에게 전하는 네 가지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책 '불멸에 관하여'(Immotal)에는 강연에서 다 풀어놓지 못했던 '죽음'과 '불멸'에 대한 케이브의 고찰이 담겨있다.
케이브는 "죽음의 공포는 인류 최대의 편견"이라고 주장한다. 인류는 너무 똑똑한 대가로 자아와 시간의 존재를 통해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곧 인류가 '불멸'을 약속하는 종교·부활·과학·유산을 믿도록 편견을 부여했다.
책은 이 네 가지 불멸설을 신화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그 한계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예수의 부활'을 알린 바울의 이야기를 들어 신이 인류에게 불멸을 가져다줄 것이란 믿음이 종교에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부활에 대한 인류의 집착은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프랑켄슈타인 괴물 이야기를 거쳐 줄기세포·냉동인간 등 현대 과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영혼의 불멸을 믿는 이들도 있다. 시인 괴테는 흠모했던 여인 베아트리체가 죽자 그녀가 영혼의 형태로 하늘나라에서 더욱 아름답게 살고 있다고 믿었으며 이같은 믿음을 시적 영감으로 삼기도 했다.
육체와 영혼을 통한 불멸 모두 부정하는 이들은 인류의 '유산'에 희망을 건다. 이들은 생물학적 유산인 '자손'을 통해 유전자를 남김으로써 자신의 존재가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저자는 '내 의식이 자식에게 이어지는가'라고 반문하며 생물학적 유산을 통한 불멸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산은 문화적 형태로도 존재한다. '명성'을 통해 육신을 초월해 살 수 있다고 믿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예로 소개됐다. 대왕은 정복전쟁을 펼쳤고 원정길에 작가와 역사가, 조각가들을 데리고 다니며 승리의 순간을 문화 유산으로 남겼다.
그러나 저자는 이 역시 한계가 있다고 본다. 대왕의 이름은 현대에도 회자되지만, 과거 잊혀져간 수많은 영웅들의 이름처럼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멸이 가능하지 않다면 인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대신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감사하며 현재에 집중해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케이브는 죽음에 대한 인류의 공포는 자연스럽지만 비이성적이라며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한다. "죽음은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서 죽음을 경험할 수 없다."
◇불멸에 관하여=스티븐 케이브 지음. 박세연 옮김. 엘도라도 펴냄. 415쪽.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