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달을 보다가 문득 마음속에 달이 들어왔다. 그때부터 달 그림을 그리고 손글씨로 시를 썼다. 어느새 사람들은 그것을 달시(詩)라고 불렀다.”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는 달시를 쓰고 달그림을 그리는 권대웅 시인의 산문집이다. 짧은 산문들 사이에는 권대웅 시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달시와 달그림이 실려 있다.
마음과 마음씀을 잊어버리고 잃어가는 시대. 그것은 달, 즉 밤하늘의 거울을 보지 않아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와 너와 현존하는 것들, 사라져간 것들을 비추는 달의 이야기를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그려나간다.
저자의 부드럽고 감성적인 문체가 빛난다. 지친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느낌을 받는다. 세월호 침몰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어 할 때 그 아픔에 통감, 4일 동안 단식을 하며 그린 ‘달꽃밥’과 ‘꽃달’은 다른 이에게도 위안이 된다. 책에서는 프라하와 베니스에서 저자가 전하는 이국적 정취도 느껴진다.
저자는 지친 사람들에게 ‘국수 한 그릇 말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산동네 집으로 들어가는 컴컴한 길목 포장마차에서 취기에 부푼 전등 불빛 아래 혼자 술을 마시다 보면 오뎅 국물에서 올라오는 훈훈한 김 속에서 ‘둥근 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는 것.
어린왕자가 소혹성 B612호에 살면서 자신만의 장미도 키우고 이 별 저별을 방문하는 것처럼 저자 자신도 달에 포장마차를 차려 외롭고 아프고 힘들고 슬픈 지구사람들을 불러 우동 한 그릇을 말아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밥은 꽃보다 아름답다 사연이 있는 밥을 먹어본 사람은, 밥을 먹으며 목이 메어 울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밥의 위대함, 밥알 한 알 한 알의 숭고함을 안다.”
저자는 또 말한다. “삶이란 비가 그친 후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처럼 영롱하면서도 눈부시게 아프고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먹고살아야 하는 그 끈끈함에 사지가 매달려 있지만 이 삶은 너무 숭고하고 반짝이며 아름답다. 그래서 아프다.”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권대웅 지음. 예담 펴냄. 319쪽.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