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기업 자본에 의지한 '저항 주식회사'가 되다

이해진 기자
2015.03.14 06:24

[따끈따끈 새책]'저항 주식회사'…'진보는 어떻게 자본을 배불리는가'

# 10년 이상 론스타의 저격수를 자처했던 한 시민단체 대표가 론스타로부터 8억원 상당의 뒷돈을 건네받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으로 재판받던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먼저 '탄원서 제출'을 조건으로 거액을 요구해 받아 챙겼다.

같은 달 한 언론사를 통해 그린피스와 같은 NGO 단체들이 국내 후원 시민 모집에 마케팅 기업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달라', '녹아내리는 북극을 지켜내자'고 거리의 시민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던 이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닌 마케팅 업체 직원이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국제관계학 교수인 피터 도베르튜와 영국 셰필드대학교 정치경제연구소 연구원 제네비브 르바론은 저서 '저항 주식회사'에서 시민단체 운동의 민낯을 낱낱이 공개한다.

책에는 세계자연기금(WWF)이 세계에서 알루미늄과 유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코카콜라와 파트너십을 맺고, 수잔 코멘 유방암 재단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패스트푸드 판매업체 KFC와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들이 소개됐다. 미국 환경 단체 시에라클럽은 '환경 범죄'를 저질러온 미국 가스 산업계로부터 몇 년에 걸쳐 수천만 달러를 지원 받았고 엠네스티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펩시', '유니레버' 등 유명 다국적 기업의 홍보를 맡고 있는 전문 마케팅업체를 고용했다.

왜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는 시민이 아닌 기업들과 손잡게 된 걸까? 저자들은 급진적인 저항 운동에 대한 국가의 탄압과 연대의 와해를 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급진주의를 포기한 시민단체들은 스스로 캠페인으로서의 온건한 운동을 택했고, 기업과 자본주의의 영향력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고 꼬집는다.

특히 기업과 연계한 '착한소비' 캠페인은 사회정의, 동물사랑, 환경보호 등 이른바 '진보적 가치들'에 끌리는 대중의 소비욕구를 부추기며 '공정무역 커피', '수익금 전액 기부'와 같은 '착한소비'를 이끌어 낸다. 하지만, 사람들은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니까', '착한 일에 쓰이니까'라는 뿌듯함으로 연대하는 시민이 아닌 소비자운동가로서 혼자 쇼핑하는 데 만족해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소비자운동가로 계속 남는다면 시민단체가 기업의 자본에 의지해 저항을 상품화 하는 동안 전 세계 빈곤 계층의 고통은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항 주식회사=피터 도베르뉴, 제네비브 르바론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 276 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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