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강도가 휘두르는 채찍?

이해진 기자
2015.03.21 05:40

[따끈따끈 새책] '국가는 강도다-나의 것과 너의 것에 관한 정의의 과학'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다.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는 무고한 대학생을 국가보안법 혐의로 잡아들이고 고문해 거짓 자백을 받아낸 경감에게 국가의 주인은 군사 정권이 아닌 국민이라고 항변한다. 근거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국민 주권을 명시한 헌법의 엄정함과 이를 근거로 폭압에 맞선 법조인의 용기는 천만 관객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 자유주의·무정부주의자인 라이샌더 스푸너는 헌법의 권위를 부정한다. 스푸너에게 헌법은 소수 특권층이 가난한 사람들, 약자들, 무지한 자들을 노예로 만들기 위해 만든 도구다.

책 '국가는 강도다'는 스푸너의 논문 다섯 편을 엮은 것으로 국가의 과세와 이를 정당화하는 헌법 이론의 허점을 다뤘다. 로크의 사회계약설에서 개인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무정부 상태)에서 벗어나 자연권을 더욱 잘 보장 받고자 국가에게 자유권 일부를 위탁하는 존재로 규정된다. 그리고 이 계약은 헌법이라는 법률적 유효성을 통해 보장된다.

스푸너는 그러나 "과연 누가 헌법을 승인했는가?"라고 묻는다. 헌법은 헌법을 만든 소수 특권층만이 동의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헌법의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동의에 서명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바로 이 헌법을 내세워 국민의 재산, 자유, 생명을 임의로 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부는 스스로를 국민을 위해 세금을 쓰는 '보호자'를 자처하며 세금을 강탈한다. 스푸너는 이 같은 정부의 과세를 도둑질, 국가를 강도라 비판한다.

헌법의 정당성의 신화에 도전하는 스푸너는 국가 공권력의 정당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자칫 법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는 법치주의의 맹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직접 민주제는 불가능하다. 국민 삶을 규정하는 헌법이 국민의 자연권을 더욱 보장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국민이 국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민주사회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국가는 강도다=라이샌더 스푸너 지음. 이상률 옮김. 이책 펴냄. 30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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