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과 악의 시대, 셰익스피어에서 길을 찾다

김고금평 기자
2016.02.13 03:10

[따끈따끈 새책] '휘둘리지 않는 힘'…4대 비극 9명의 인물을 통해 본 반면교사의 힘

비극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 비극에 맞서는 묘안을 셰익스피어에서 찾을 수 있을까. ‘휘둘리지 않는 힘’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통해 ‘나’를 지키는 힘을 제시한다. ‘햄릿’(정치학) ‘멕베스’(경영학) ‘리어왕’(커뮤니케이션학) ‘오셀로’(사회심리학) 등에 나타난 9명의 인물에서 반면교사의 노하우를 발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이 드러낸 삶과 말, 행동을 따라 ‘생각의 중심’을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휘둘리지 않는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라는 대사로 유명한 햄릿은 그간 우유부단과 사색의 캐릭터로 그려져 왔다. 하지만 햄릿 주변의 인물이 모두 ‘악’이라는 배경을 이해하면 햄릿의 느슨한 행동이 사실은 용의주도한 정치적 결단이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저자는 “선택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우유부단한 지식인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역사의 주인공이 되려는 강한 의지의 정치적 인간”이라고 해석했다.

햄릿이 나온 당시 사회 배경은 신에 의존하기보다 인간 스스로 판단하려는 시도가 이제 막 싹틀 무렵이었다. ‘사느냐 죽느냐’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 것 자체가 근대적 인간의 탄생을 알린 중요한 단서라는 설명이다. 프로디코스의 우화 ‘갈림길에 선 헤라클레스’에서 헤라클레스의 선택처럼, 햄릿도 쉽지만 타락한 길이 아닌 거칠지만 정의의 길을 택함으로써 고도의 정치적 행보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리어왕은 시작부터 아집으로 똘똘 뭉친 잘못된 질문을 던진다. 딸 3명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고 그 크기에 비례해 재산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리어왕은 기부장제의 폭력적 속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딸들은 권력자의 비위에 맞추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막내딸 코딜리아만 사랑의 크기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이 부조리한 장난에 말려들기를 거부했다.

아버지는 억지 질문이라도 자식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했고, 막내딸은 아버지의 생각과 답안의 변별력 등을 문제 삼아 결국 쫓겨난다. 저자는 막내딸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녀가 신념의 인간인지, 소통장애자인지. 리어왕의 모든 비극은 두 사람의 사랑과 진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소통)의 부재에서 시작된 셈이다.

저자가 리어왕에서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인물은 하인1이다. 둘째 딸 리건의 남편인 악당 콘월의 시종으로 등장하는 하인1은 그를 향해 칼을 뽑고 결투를 신청하는 ‘갑의 대항마’로 상징된다. 소수 갑에 대한 을의 외침에 주목함으로써 없는 자의 용기를 은연중 드러낸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뒤 마녀의 예언을 듣고 왕권에 도전한 멕베스는 ‘나의 욕망’을 경영하다 실패한 사례로 제시된다. 무의식 속 잠든 욕구를 깨워 평소와 다른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행동 경영학은 ‘1%의 사실’보다 ‘99%의 소문’에 매달리는 우리의 현실과 결코 다르지 않다.

열등감에 지고 질투에 휘둘리는 오셀로는 루저의 전형이고, 드러나지 않은 실체 이아고는 보이지 않아 더 무서운 악당이다. 오셀로의 진짜 주인공이 이아고인 것처럼 보이는 건 그가 세상을 계획하고 움직이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세상의 이아고들에 맞설 무기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 안에 있는 무기, 그것이야말로 휘둘리지 않는 힘’이라고.

◇휘둘리지 않는 힘=김무곤 지음. 더숲 펴냄. 280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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