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만세!"
11년 전 오늘(3월2일) 오후 5시. 국회 본회의장 복도 휴게실에선 여성계 인사 100명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호주제’(戶主制)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이 찬성 161표, 반대 58표, 기권 16표로 통과된 것. 여성계 50년 숙원이 이뤄진 순간이다.
호주제는 가족 관계를 호주(戶主)와 그의 가족으로 구성된 가(家)를 기준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호주를 중심으로 호적에 가족집단을 구성하고 이를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게 하는 남계혈통을 통해 대대로 잇게 하는 제도다.
호주제는 일제 강점기 시절 천황제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일본 호주제가 유입돼 제도화됐다는 게 지배적인 설이다.
다만 일각에선 그 연원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견도 있다. 일제 조선민사령에 근거해 시행되던 호주제는 1960년 제정된 민법에서 체계를 갖추게 됐다.정작 일본에선 1948년 호주제가 폐지됐다.
1960년부터 호주상속인에겐 재산상속상 이익을 주며 호주가 가족의 거주지까지 정하도록 하는 등 일제시대 호주제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후 여성계 등에서 반발이 심해지자 1990년 대폭 손질된다.
하지만 혼외자(婚外子)를 입적할 때 남편은 아내의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나 아내는 남편 동의가 필요한 점 등 차별적 조항은 여전했다.
호주제 폐지운동은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가족파괴’ 운동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호주제의 폐해가 이어지고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등장하면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1999년과 2001년 유럽연합(UN) 인권규약 감시기구도 우리 정부에 호주제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2003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호주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가족간의 종적 관계, 부계 우선주의, 남계혈통 계승을 강제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결국 여야는 2005년 2월 호주제 폐지법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합의했고 같은 달 3일 헌법재판소가 호주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한달 뒤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이 법안은 3월31일 공포돼 3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2008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