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버티게 하는 찰나의 순간, '숨비소리'가 주는 위안

박다해 기자
2016.04.22 07:49

[따끈따끈 새책] 만화가 '휘이'의 2년 연재작, '숨비소리' 출간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다. 깊은 바닷속에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티다 지상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그 찰나의 순간, 그때의 에너지로 해녀들은 물질을 이어나간다.

만화 '숨비소리'의 주인공 경복이는 만화가를 꿈꾸지만 서른 살에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는 자살을 시도하고 6년 동안 연애했던 남자친구와는 이별한다. 재개발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리며 허덕이는 경복이의 삶에 만화가 휘이는 '블랙유머'를 이용해 숨비소리를 불어넣는다. 만화는 휘이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지만 과하게 감정이입을 하거나 자기연민을 그리진 않는다.

대신 약간의 거리를 두고 경복이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의 행동에서 때론 미소 지을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남자친구와의 다툼도 때론 아기자기하다.

그래서 휘이가 보여주는 경복이의 삶은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끊이지 않을 것 같은 불행에 계속 넘어지면서도 숨비소리를 쉬듯 삶을 이어나가는 경복이를 보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독자들 역시 공감하고 위로받고 또 경복이를 응원하게 된다.

휘이는 "(경복이의 삶이) 대부분 지질하고 못나고 한심하다고 해도 그런 삶에도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걸 꾸미지 않은 하루하루로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인하 만화평론가는 "친구나 가족, 혹은 내 자신이 나에게 털어놓는 이야기 같다. 불행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서 위로를 꺼낸다"며 "자의건, 타의건 깊은 바다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숨을 쉬어봐'라고 말한다"라고 평했다.

'숨비소리'는 또 어두운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일본의 만화가 고오다 요시이에의 '자학의 시', 사이바라 리에코의 '우리 집', 아즈마 히데오의 '실종일기'를 연상케한다.

만화가 휘이는 2014년 1월부터 2년 동안 웹툰사이트 '레진코믹스'에 '숨비소리'를 연재했다. 7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사이사이 '네컷' 만화를 삽입해 이야기 완급을 조절한다. '일상툰'에서 볼 수 있는 귀여운 그림체 역시 이야기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넘어지고 일어났다 또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경복이의 삶을 묵묵히 따라가다 보면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 일상에 숨통을 틔워줄 '숨비소리'를 만나게 된다.

◇ 숨비소리 (전2권)=휘이 그림. 창비 펴냄. 372쪽(1권) 364쪽(2권)/각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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