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등장을 계기로 이제 기억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인간의 직무유기다. 디지털 시대, 무언가를 기억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 들지만 기억은 역설적이게도 전자 기기 시대에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억력이 좋으면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 쇼핑 목록도 필요 없어지고 효율적으로 시험공부도 할 수 있다.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세 이하 영국인 중 3분의 1이 자신의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성인 중 30%가 직계 가족 세 명 이상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뇌의 기억력을 길러야 하는 것은 ‘나’를 나이게 하는 가치와 개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기억’에 대한 화두를 꺼낸 세 권의 책에서 놀라운 기억법을 들춰냈다.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기적의 기억 교과서, 유즈클락 기억법’, 그리고 ‘성공 비즈니스, 이제는 뇌과학이다’가 그 주인공이다.
◇ 성공위한 비즈니스 기억 전략=뇌의 기억용량은 컴퓨터에 빗대면 17.5테라바이트.(약 2조 바이트) 매일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용량인 셈. 상품의 노출 효과, 즉 오랜 기억을 유지하는 힘은 정보 그 자체가 아닌, 정감(감정)이다.
생일 날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받은 선물을 받았을 때 기뻐했던 일의 기억이 좀처럼 잊히지 않는 상황과 비슷하다. 기억 성적이 나쁜 사람일수록 불필요한 정보에 시간을 들인다.
◇ ‘기억력 천재’가 되기위해=한 평범한 저널리스트가 1년 뒤 기억력 챔피언이 된 건 2500년 전의 ‘비밀’을 파헤쳤기 때문이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키오스의 시인 시모니데스가 발견한 ‘기억의 궁전’이 그것이다.
시모니데스는 자신이 본 잔해에 깔려 있는 주검들을 기억하기 위해 대상을 이미지로 만들어 채워넣었다. 뇌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시각 이미지로 바꿔 기억의 궁전에 심는 것이다. 기억의 궁전은 사실을 이미지로 바꿔 자신이 잘 아는 공간 구석구석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떠올리는 방법이다.
아테네의 정치가 테미스토클레스는 기억의 궁전으로 2만 명이나 되는 시민의 이름을 모두 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에 잘 남는 것은 재미있고 외설스럽거나 비열하고 치욕스러운 상황이다.
고양이 복장을 하고 가르렁거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새빨간 와인을 마시는 테레사 수녀를 기억에서 이제 지울 수 있을까. 시각적 이미지와 기억의 궁전 같은 기억 기법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평소에 부족한 집중력을 의도적으로 길러야한다.
◇ 기억잘하는 4가지 법칙=고교시절 난독증 환자였던 마크 티글러는 유즈클락(UseClark) 기억법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가 소개하는 8가지 중 놓쳐서는 안 될 4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뇌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읽거나 들을 때 다른 생각을 할 공간이 남아있다. 그러면 집중력이 다른 길로 새고 정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뇌는 분당 800단어에서 1400단어를 처리할 수 있다. 사람의 읽기 속도가 분당 200단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읽는 중에도 뇌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뇌의 빈 공간을 채우는 한 가지 방법은 정보를 빨리 기록하는 것이다. 분당 300, 400단어를 읽기 시작하면 딴청 부릴 여유가 없다.
두 번째 법칙은 ‘한번에 한가지씩 실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멀티태스킹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만,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처리할 수 있다. 책을 공부할 때는 암기보다 이해에 맞추고, 텍스트를 요약할 때는 블록 단위로 나눠 처리해야 한다.
‘정보의 연관점을 찾는 것’ 역시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큰 그림을 보거나 정보를 구조화함으로써 과거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연관시켜야 한다.
마지막 법칙은 ‘너무 많이 공부하지 마라’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하루 근무 중 2.1시간을 주의력 분산으로 낭비하고 다시 집중할 때까지 20분을 소비하며 다음 날 정보의 약 70%를 잊어버린다. 쉬지 않고 60분 이상 책을 읽을 경우 이해도가 37%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책을 읽을 땐 최대 55분을 초과하지 말고, 조금씩 여러 번 간격을 두고 일을 처리함으로써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갤리온 펴냄. 420쪽/1만5000원.
◇성공 비즈니스, 이제는 뇌과학이다=하기와라 잇페이 지음. 황미숙 옮김. 올댓북스 펴냄. 256쪽/1만3500원.
◇기적의 기억 교과서, 유즈클락 기억법=마크 티글러 지음. 박지현 옮김. 김영사 펴냄. 164쪽/1만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