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개발자가 제작한 '아날로그 필름' 사진 필터 앱을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SK텔레콤자회사SK컴즈의 '싸이메라' 사진 코너에 남성의 성기가 노출된 사진이 올라간 사실이 확인됐다.
11일 오후 2시쯤 싸이메라 앱의 '둘러보기' 카테고리에 '킵 잇 심플'(Keep It Simple) 코너에는 벌거벗은 인도네시아 남성의 성기 사진이 게재돼 수 분간 노출됐다 사라졌다. 해당 사진 속 남성은 얼굴 아래부터 무릎까지 상·하반신을 노출한 상태였다.
둘러보기 카테고리는 '싸이메라 인기 사진' '오늘의 싸이메라 인(IN)♥' 등 다양한 제목과 함께 전세계 사람들의 셀카, 여행사진 등이 게재되는 공간이다.
싸이메라 '둘러보기'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상위 2개 제목까지는 회사 측이 사용성(조회수, 필터 적용 여부 등)이 높은 순을 선정해 올리고 나머지는 자동으로 게재되는 시스템이다.
회사는 이날 오후 2시15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사진을 발견한 뒤 즉시 삭제 처리했다고 밝혔다. 게시물을 올린 남성은 비슷한 전력이 수차례 있었으며 그동안 싸이메라 내부 정책에 따라 사진 삭제·일주일 정지·30일 정지 등을 거쳐 이번에 영구 계정정지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SK컴즈 측은 "문제가 되는 글은 검색을 통해 관리하기 수월한데 사진은 일일이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빨리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의 유료 앱, 대기업이 베껴 무료 앱으로 배포?…논란 가중
SK컴즈의 싸이메라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사진 필터 앱인 '아날로그 필름' 때문이었다. 이날 기준으로 애플 앱스토어 유료부문 1~7위를 빼곡히 채운 이 1.09달러 유료 앱은 '인생사진'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SK컴즈가 자사의 사진 앱 '싸이메라'를 통해 똑같은 콘셉트의 필터를 만들어 30일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배포했다. 이들은 심지어 "무료 아날로그 필터 출시"라는 문구를 달아 홍보했다. 도쿄는 '사쿠라'로, 파리는 '프렌치'로, 웨딩은 '메리 미'(Marry Me)로 둔갑했고 효과는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웠다.
지난 4일 '아날로그' 시리즈를 만든 장두원 오디러니팩토리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botongnal)에 SK컴즈의 도용을 주장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온라인에 공유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그가 어떻게 이 앱을 개발하게 됐는지에 대한 사연도 글 속에 담겨 있었다.
몇 달 전까지 대학생 신분이었던 그는 휴학을 반복하며 앱 제작을 했고 지금의 아내에게는 '돈이 없어 연애를 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아내에게 매번 데이트 후 돈을 받았고, 참치캔을 너무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사먹지 못한 채 집에 돌아와 펑펑 울 정도로 힘들었다는 것.
수입이 없어도 '괜찮다'며 다독이는 아내의 응원 속에서 그는 '아날로그' 시리즈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아내와 찍은 사진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느낌의 필터 앱을 내야겠다는 취지였다. 가난한 자신들의 결혼사진을 예쁘게 보정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날로그 웨딩'이었다.
장 대표는 "그래서 '아날로그 웨딩' 앱 스크린샷에는 아내가 있고, 샘플 사진에는 결혼반지와 아내가 좋아하는 작약이 있다"며 "대체 대기업 SK컴즈에서 왜 이렇게 콘셉트 사진까지 카피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정말 대체 왜?"라고 분노했다.
"대기업? 창피한 줄 알아라" VS "다양한 필터 앱 존재, 베끼지 않았다"
'아날로그' 앱 이용자들도 함께 화가 났다. 장 대표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페이스북 최대 여행 관련 페이지인 '여행에 미치다' 등 온라인 곳곳에도 이 문제에 대한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이 앱이 각 여행지가 가진 특별한 감성을 극대화하는 만큼, 변환한 사진을 SNS에 올려 공유하는 것이 여행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단순한 필터 앱이 아니라 여행지의 특성을 반영해 감성을 담은 앱을 콘셉트까지 그대로 베끼다니 제정신인가", "창작자가 엄청 힘들게 만들어낸 앱인데, 똑같은 콘셉트로 그대로 베껴 만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SK컴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이어지자 SK컴즈는 싸이메라에서 해당 필터를 내리고 페이스북에 올린 홍보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하면서도 도용 여부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각 도시 특성에 맞는 감성을 담은 필터라는 콘셉트도 100% 개발팀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SK컴즈 관계자는 "필터 앱은 마켓에 수만 개가 있을 정도로 특수한 서비스가 아니고 해당 필터의 콘셉트도 회사 개발팀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것이지 베낀 게 아니다"며 "다만 해당 업체보다는 우리가 큰 업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서적 충격을 받은 것에 공감해 앱에서 필터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