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란다."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도입부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휴장지 해변에서 마흔 가까운 유부남 은행원이 갓 스물을 넘긴 젊은 유부녀를 만나며 생긴 일을 다룬 단편 소설이다.
자기기만과 위산으로 가득찬 삶 속에서 진정 충실한 인생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은행원 구로프는 여자들을 ‘저급한 인종’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여자를 못 만나면 이틀도 살지 못하는 중년의 바람둥이다. 그는 휴양지 얄타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인 안나를 만나 수작을 걸고, 잠시나마 연인이 된다.
두 사람은 당연한 듯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이야기는 이제부터 진짜다. 휴양지에서 이뤄진 잠시의 만남 이후 밀회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신이 처한 딜레마를 곰곰이 생각한다. '열린 결말'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마지막 문장은 소설의 백미다.
책은 체호프의 단편소설 중 단연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문학동네의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사발라의 관능적이고 전위적인 삽화로 작품의 의미를 배가한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안톤 체호프 지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이현우 옮김. 문학동네 펴냄. 76쪽/ 1만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