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공부한다. 그러나 그저 자격증을 따거나 학교나 회사 등 어딘가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하다보니 돌아보면 남는 것이 없다. 누구도 '너는 왜 공부하니'라는 질문을 해 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공부를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할 일'로 여기며 산다. 그래서인지 자격증, 취업 등 목적을 달성한 뒤에는 공부를 완전히 손에서 놓아버린다.
역사학자 강만길, 전 대법관 김영란,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동양대 교수 진중권, 정신건강의학과 정혜신 등 둘째가라면 서러운 '공부쟁이'들이 모여 책을 냈다. 제목은 '공부의 시대'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공부를 해 왔는지, 왜 공부했는지, 그리고 공부를 했더니 어떠했는지를 풀어냈다.
이 책은 창비에서 진행한 같은 이름의 강연을 모았다. 손바닥 만한 크기에 150매 내외분량으로 담았다. 모두 경어체로 서술돼 있어 읽다 보면 마치 강연 현장에 들어 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장에 온 청중들이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답도 '묻고 답하기' 코너로 책 뒤쪽에 정리돼있다.
강만길의 책에는 '내 인생의 역사 공부'라는 제목이 달렸다. 그는 왜 공부했을까. "역사공부가 재미있었다는 말 밖에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역사만 배우다가, 해방 후 중학교에 들어가 우리 역사를 배우면서 전혀 못 듣던 이야기들을 듣게 되니 저절로 흥미가 생겼다는 것.
해방 전후사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분단시대 사학'을 탄생시켜 연구했다. 아무도 하지 않던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자신의 열정을 쏟았던 것이다.
'사람공부'를 앞세운 정혜신은 조금 다른 이유로 공부했다고 말한다. 그에게 공부란 '공부 이후의 공부'였다. 의사가 된 후, 이론을 다 습득한 30대였지만 방황의 시기를 보냈던 그는 40대가 되고 대기업 CEO부터 고문피해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론을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공부'를 시작했다.
고문피해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그는 병원에서는 하지 못했던 공부를 했다고 말한다. '경험칙'이 쌓여가면서 약물이 아닌 밥상과 뜨개질이 더 치유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깨달아지기도 했다.
이렇게 '공부의 시대'에서는 우리 시대 공부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공부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놓는다. 다섯 저자의 분야가 천차만별인 만큼 그들이 해 온 공부의 성격도 너무 다르다. 그러나 이들 모두 '나'를 넘어서는 더 큰 단위를 위한 공부를 했다는 하나의 공통점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프로 공부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좀 더 숭고한 '목적'이 필요하다는 것. 저자들이 알려주는 '공부의 비법'이다.
◇공부의 시대(총 5권)=강만길·김영란·유시민·정혜신·진중권 지음. 총 768쪽/ 3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