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은 지옥철로 불린다. 조금만 몸을 틀고 움직이려 해도 서로 불편해진다. 노량진이나 신림동에 있는 고시원 쪽방도 마찬가지다. 고시원 생활을 하는 사람은 집에 친구를 데려오거나 TV를 켜는 것도 힘들다.
홉스는 ‘물체론’(1655년)에서 ‘여백이 전혀 없는 세계’가 우리 삶에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설은 당대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당시 물질이 없는 ‘진공 상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생태철학자 신승철과 그의 아내 이윤경(철학 공방 ‘별난’ 공동 운영)은 홉스가 말한 ‘여백 없는 세상’이 지하철이나 고시원 형태를 띄고 우리 삶에 나타났다고 말한다. 여가, 여유, 여백이 사라진 도시가 홉스의 세계관과 부합한다는 것이다.
홉스는 사람 간 경쟁 종식을 위해 우리가 가진 권리를 ‘리바이어던’이란 국가 권력에 위임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홉스식 평화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평화’라고 규정했다. 대신 경쟁적인 도시 한복판에서 대안과 희망을 얘기하는 ‘마을 공동체’가 첫발을 떼고 있음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이처럼 철학 거장들의 관점을 소개하고 현실에 빗대 재해석을 곁들인다. 푸코를 통해서는 갈등을 통제하는 감시와 규율이 생겨난 과정을 보여줬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네티즌의 신상털이도 CCTV의 사생활 침해가 푸코가 말했던 감시와 규율 관점과 연관돼 있다고 본다/
◇철학의 참견=신승철, 이윤경 지음. 서해문집 펴냄. 304쪽/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