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은퇴 후 제2의 삶을 찾는다며 '귀농'을 꿈꾸지만, 막상 농사에 성공하는 이는 많지 않다. 단순히 작물을 다양하게, 많이 수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땅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다스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 '호미 한자루 농법'은 땅을 보호하며 지속가능한 농사를 지을 방법을 안내한다. 도시농업운동의 주창자이자 농업과 생명운동가로서 18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저자는 단순히 유기농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통해 삶의 기반을 유지하는 일의 의미를 묻는다.
그는 "평생 작물을 먹고 소비하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생산은 농부나 다른 사람의 몫이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모두 농사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사를 짓고 연구하고 실험하며 시행착오를 겪은 저자는 지금의 농사가 '수탈농사'라고 지적한다. 높은 생산량을 목표로 농사를 짓다 보니 땅이 스스로 회복할 힘을 빼앗긴 채 고갈돼 가고 있다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과 노동력도 쉽게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농부들의 고된 노동은 계속되는데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또 시골의 노동력이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농사는 각종 농기계, 농자재, 시설물, 화학비료에 의존하게 된다. 자연의 본성을 잃어버린 작물들이 과도한 관리를 통해 길러지는 셈이다.
저자는 "이렇게 생산된 수확물이 건강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왜곡된 농사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는 대신 "중요한 건 작물의 본래 성격에 맞게 자연스럽게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작고 적게 키우는' 자급 농사를 소개한다.
"예부터 농부를 구분하길 게으른 하농은 풀만 키우고 부지런한 농부는 곡식을 잘 수확하나 진정한 농부는 흙을 살린다 했다. 그러니까 참농부란 흙을 잘 다스리는 데 있다."
그는 '생명을 품는 땅'이 농사의 시작이자 마침표라고 강조한다. 흙을 살리면 친환경 유기농사, 생태농사는 저절로 된다. 먹고 싶은 작물이 아니라 땅에 맞는 작물을 고르는 것이 우선. 파종과 수확시기, 거름의 종류와 만드는 방법, 물주는 방식도 땅의 생명력과 관련돼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는 총 9가지. △작고 적게 키우기 △땅에 맞는 걸 심기 △땅을 갈지 않기 △직접 만들어 거름 쓰기 △늦게 심어 적기 맞추기 △직파하기 △물을 적게 주기 △혼작, 윤작하기 △씨앗받는 농사짓기다.
특히 그는 "아무리 달나라를 갔다 오는 세상이라 하지만 씨앗은 절대 인간이 만들 수가 없다"며 '씨받기'를 강조한다. 토종 씨앗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설령 구하더라도 직접 그 종자를 채취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그는 토종 씨앗을 육성하는 일이 '지속가능한' 생태적 삶의 근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조상들에게 콩 종자 4000여가지와 벼 품종 1500여 가지를 받았지만 지금은 콩이 많아도 100가지, 벼 품종도 50여 가지 남짓 남았을 뿐이다. 조상이 그랬듯, 다양한 작물을 후손에게 전하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삶의 출발점이다.
'호미한자루 농법'은 자급농의 핵심 노하우를 안내하는 '실용서'인 동시에 노동의 가치, 농사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호미 한자루 농법=안철환 지음. 들녘 펴냄. 216쪽/1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