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죽음은 필연적이다. 선택할 수도, 준비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음을 마주하기 두려워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서로를 동반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은 곧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질문과 연결된다. 죽음은 무엇인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 또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막연하기만 한 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성찰을 도울 책 2권이 나란히 나왔다.
먼저 프랑스 철학계의 '아웃사이더'로 꼽히는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가 죽음에 대해 나눈 대담을 묶은 '죽음에 대하여'다. 평생 '시간성'이란 주제를 탐구해 온 그는 '삶의 유한성'을 철학적 측면에서 다룬다.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죽음의 문제를 좀 더 현실로 가져온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 집에서 홀로 맞이하는 죽음의 현장을 취재한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이다. 그의 '싱글 3부작' 완결편이다.
장켈레비치는 죽음이 지니는 위상과 의미에 따라 1인칭, 2인칭, 3인칭 죽음으로 구분한다. '1인칭 죽음'은 '나'의 죽음으로 경험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2인칭 죽음'은 나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다. 2인칭 죽음으로 우리는 비로소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언젠가 내게도 다가올 사건으로 인식한다. '3인칭 죽음'은 나와 무관한 죽음이다. 사회적이고 인구통계학적인 죽음으로 죽음을 '타인의 것'으로 취급한다. 죽음을 3인칭으로 치부하는 것은 죽음을 잊고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장켈레비치에게 '나'의 죽음은 '궁극의 무'(無)이자 '영원한 어둠'이다. 합리적 이성으로 설명될 수 없어 신비의 영역으로 남는다. 그는 "죽는다는 사실의 확실함과 죽는 날짜의 불확실함 사이에 불명확한 희망이 흘러든다"고 말한다. 역설적으로 이렇게 '무'로 귀결되는 죽음은 유한한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에노 치즈코는 결혼을 하든 안 하든 혼자가 되는 시대, 어떤 시설에서도 죽지 못하는 '임종난민'이 늘어나는 사회에서 홀로 죽는 것이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임을 강조한다. 직접 의료·간호·간병 현장을 취재한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집에서 홀로 맞는 죽음을 권한다. 병원에서 지내고 싶어하는 노인이 없다는 것. 그는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병원'이란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일상과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반문한다. "자신이 익숙하게 지내온 환경과 가족들에게서 격리돼 전쟁터 같은 집중 치료실에서 의료기구와 분주한 의사와 간호사에게 둘러싸여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엔 단체나 개인이 집에서 임종을 맞도록 도운 사례가 꽤 많다. 싱글의 죽음을 돕는 시스템도 구축돼왔다. 방문간호스테이션, 야간방문진료 등을 하는 단체나 임종관리사, 홈 호스피스들이다. 병원을 나와 작은 마을의 개업의로 왕진을 돌며 살아가는 의사들도 있다. 치즈코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막연히 두려워하는 '고독사'의 불안에서 벗어나 '홀로 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살아온 시대도, 공간도 다른 두 학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사유하지만 공통적으로 죽음에서 '삶의 존엄성'을 발견한다. 장켈레비치는 "삶에 제약이 없다면 그 누가 인생을 열정을 다해 살아가겠느냐"고 반문하며 "죽음은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동기를 제공하고 삶의 좌표를 제시한다"고 말한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삶을 한없이 소중하고 경이로운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것. 그는 "한 존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이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변화를 일으켰다"며 삶의 존엄함을 이야기한다. 그에게 죽음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삶을 잊지 않고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우에노 치즈코는 태어나고 죽는 것은 의지를 뛰어넘는 것이지만 살아있는 동안의 일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존엄사'가 아닌 '존엄생'에 대해 묻는다. 주어진 삶을 끝까지 살아내는 것, 그리고 자신을 비롯해 가족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가 진행한 연구의 결론이자 목표다.
◇ 죽음에 대하여=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변진경 옮김. 돌베개 펴냄. 210쪽/1만2000원.
◇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우에노 치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어른의시간 펴냄. 308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