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침략 역사를 반성하며 사죄에 앞장서 온 세계적인 성경 고전어 연구자 무라오카 다카미쓰(村岡崇光) 네덜란드 레이던대 명예교수가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14일 일본 기독교계 매체인 그리스도신문에 따르면 무라오카 교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레이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1938년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경 히브리어와 아람어 등 고대 성경 언어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며 영국 맨체스터대와 호주 멜버른대를 거쳐 네덜란드 레이던대에서 강단에 섰다. 2017년에는 영국 학사원으로부터 버킷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은 학문적 성취뿐만 아니라 '일본의 양심'으로서 과거사 반성에 평생을 바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였던 네덜란드인의 일기를 번역한 책 '넬(Nel)과 아이들에게 키스를'을 출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일기에 일본을 향한 비난이 없는 점에 충격을 받고 전쟁 책임과 화해 문제에 투신했다.
2003년 은퇴 후에는 일본의 침략으로 상처 입은 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의 신학교를 찾아다니며 무료로 전문 과목을 강의했다. 2014년에는 서울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와 포항 한동대 강단에 서기도 했다.
특히 2015년 5월에는 한국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수요집회에 참석, 고(故) 길원옥 할머니 등 피해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당시 그는 "일본군이 인간 존엄을 짓밟은 역사는 조국의 역사이기에 저도 일본 국민으로서 책임이 있다"며 "희생자의 상처를 악화시키는 현 정부의 모습에 부끄러움과 분노를 느낀다"는 사죄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