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트라우마'. 한 나라의 지도자가 사사로운 인연에 의지해 국가 정책을 판단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트라우마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측근의 배신으로 부모를 잃은 후 부하나 동지를 신뢰할 수 없게 된 트라우마가 '비선(秘線)'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트라우마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기억이 마음에 남기는 상처를 의미한다. 정신분석학의 태동기를 이끈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구스타프 융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에 저장된다고 주장했다. 초기 심리학자의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현대 과학자와 심리학자를 통해 '과학'으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연구가 대표적 사례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트라우마가 그 자녀에게까지 '생물학적'으로 유전된다는 내용이었다. '정신적 외상'이 실제 몸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유전자가 기능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세대에 걸쳐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는 트라우마의 근본적인 원인과 숨은 매커니즘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3대에 걸친 가족사를 탐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연구를 비롯해 트라우마가 세대에서 세대로, 몸에서 몸으로 대물림된다는 연구 결과를 샅샅이 다룬다.
20년 넘는 임상 경험을 지닌 저자는 워크숍, 트레이닝, 개인 상담 등 다양한 유형의 사례를 꺼내며 트라우마를 개인 문제가 아닌 가족 문제이자 사회 문제로 확장해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개인의 트라우마를 끊어내지 않으면 결국 후대의 정신 건강과 삶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가족 트라우마의 악순환을 끝낼 해결책으로 '핵심 언어 접근법'을 제시한다. 자신이 겪는 고통이 가족 트라우마의 영향임을 깨닫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다 보면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마크 월린 지음. 정지인 옮김. 심심 펴냄. 352쪽/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