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눈을 뜨면 문득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아, 반차 쓸까?”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쉬었는데도 밀려오는 누적 피로’에 대한 짜증은 퇴사하기 전까지 쭉 이어지는 고통이다. 이런 고통을 짊어지고도 우리는 늘 ‘다름’을 외치며 ‘나만의 하루’를 보낸다고 착각한다. 사실은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난 남들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인데도.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의 삽화를 그린 양경수 작가가 최근 내놓은 그림에세이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은 번득이는 신조어와 위트 넘치는 상황극으로 짜릿한 웃음과 묘한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다.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늦어버린 그 어떤 느낌적 느낌에서 우리는 수많은 후회로 출근길을 시작한다. ‘5분만 일찍 일어날걸’ ‘아침에 페북 안 볼걸’ 등등. 그렇게 뛰어다니며 간신히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기른 근육은 승모근도 광배근도 아닌, ‘졸라출근’이다.
출근에 성공해도 역경은 이제부터다. 겉으로는 웃을 수밖에 없다. ‘9시간 남았네 하하(썅!)’ 상사 앞에서 거짓 웃음을 짓고, 모든 일엔 긍정적 해석이 뒤따르고, 상사의 꼰대 발언에 호응하는 일련의 ‘해피 업무’ 과정에서 느끼는 우리의 진짜 속내는 다음과 같은 사자성어를 통해 발현된다.
‘시발업무’(始發業務,업무를 시작하다) ‘니나자래’(泥懦自勑, 나약함을 부끄러워하며 자신을 위로하다) ‘전내실타’(全耐室妥, 무사히 견디니 사무실이 평온하다) ‘개소리임’(愷疏利林, 편안하게 소통하니 집단이 이롭다) ‘빙신색희’(憑身色喜, 몸을 기대어 기쁜 상태) 등이 그것.
한줄기 구원의 빛, 점심시간이 끝나고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는 ‘개뿔’일 뿐, 그냥 ‘멍때리는’ 중이다. 오후 업무에 정신없이 바빴는데, 이제 겨우 두시. 그래서 의사를 찾아가서 증상을 묻는다. “말이 잘 안 나오고 매사에 의욕이 없고, 혼자 있고 싶어요. 언어 장애인가요?” 의사가 명확한 처방을 내린다.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꿈이 없다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 꾸게 되는 꿈이 ‘퇴사’고 자동차 할부, 학자금 대출, 전세자금 대출 등 빚이 많아 ‘비지’(Busy)한 일을 하는 우리 회사원의 오늘은 여전히 ‘버티기’ 중이다. 이러니 열정페이는 너나 하시고, 난 페이열정하며 ‘열정 정가제’를 외치며 딱 입금된 만큼만 노력하겠다는 소시민들이 적지 않다.
누구는 ‘통일대박’을 외치며 비선 실세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뒤 희희낙락하고 산 반면, 일반 회사원은 “우리의 소원은 토일/꿈에도 소원은 토일~/토일이여 오라” 노래하며 주말만을 고대한다.
주말이 오면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할 것 같고 그 짧고도 긴 시간을 유용하게 쓸 거라는 기대를 안고 시작하지만, 막상 눈을 떠보면 ‘아 십알 일요일 밤’의 현실에 “분명 아까 금요일 저녁이었는데~”하는 아쉬움이 쉴새 없이 터져나온다. 어느덧 어둠이 깔리고 고용함이 요동칠 때, 그렇게 그는 내게 다가 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월요일”
책은 1980년대식 강제적 회사 문화의 과장된 측면이 적지 않으나 늘 그렇듯 한국 조직 문화의 뿌리 깊은 정서와 태도, 흐름이 여전히 구식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정도까지는”하는 의문을 자아낼 테고, 누군가는 “딱 내 얘기야”하고 넘기는 장마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 어떤 반응에도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TV에 모인 촛불집회 시민들을 보면 “우리 젊은 인생의 탈출구는 어디쯤 있을까”하는 희망 없는 자괴감에 한숨이 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계를 보면, ‘기승전월요일’로 향하는 시간이 우리를 한 치의 오차 없이 기다리고 있다.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양경수 지음. 오우아 펴냄. 280쪽/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