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중국,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를 잇는 '글로벌 서던벨트'(Global Southern Belt)를 중심으로 세계가 움직일 것이다."
1982년 전 세계적으로 1400만부 이상 팔린 '메가트렌드'를 펴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흥 경제국이 향후 50년 국제질서를 움직이는 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6년 만의 신작 '힘의 이동'에서 나이스비트가 내놓는 전망은 비교적 명료하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즉 미국 등 서방 선진국이 사용해 온 문법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구의 민주주의가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한다. 계층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에 급급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정치, 사회 경제시스템과 같은 제도를 개혁해야 하지만 이 때문에 개인의 권익을 포기해야 한다면 누구도 그 개혁에 찬성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서방 국가들은 경제적 우위도 상실하고 있다. 2013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150개 신흥경제국의 국내총생산(GDP) 총액이 처음으로 미국을 제외한 37개 선진국의 GDP 총액을 추월했다. 그는 2030년 무렵이면 아시아 국가가 경제력, 인구, 군비 지출, 기술 투자 규모에서 북미와 유럽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나이스비트는 신흥경제국이 지구의 남쪽을 둥글게 에워싸는 형태를 띠고 있다며 '글로벌 서던벨트'란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서방 국가가 만든 권위에 도전하면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존의 중심축이 하나였다면 이제는 여러 개로 분산된 셈이다.
이 '다(多)중심'(multicentered) 세계의 리더로 부상할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는 물론 서방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또 두 발을 각각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 딛고 동맹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중국-아프리카 무역액은 2001년 100억 달러에서 2013년 210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라틴아메리카의 2025년 대중국 무역액은 전체 무역액의 1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통상 무역은 모두 "서방의 간섭에 공동 대응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다.
세계를 이끄는 중심축의 이동,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부상, 중국이 이끄는 새로운 국제질서…모두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더 이상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도시 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흥미롭다.
저자는 2050년이면 전 세계 89억 인구 가운데 도시 거주 인구가 63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중국의 도시를 묶은 경제 벨트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많은 중국 도시의 GDP가 일부 국가의 GDP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도 예측한다. '시장'의 역할과 권위가 확대되고 도시 간 네트워크는 각 국가관계만큼이나 중요해진다.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변화의 흐름 한가운데서 새로운 전략의 키(key)는 '교육'과 '경제'에 있다고 말한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높은 교육열로 대표되는 한국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할까. 저자가 한국어판 발간에 맞춰 새로 쓴 서문에 그 힌트가 담겼다.
"자유화와 개방 확대 이외에 한국 포트폴리오의 강력한 자산에 해당하는 교육도 오늘날의 요구에 맞게 혁신이 필요하다. 명문대 입학에 대한 학생들의 압박을 완화하는 한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창의성을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성해야 한다. 이는 과학적 상상의 핵심이다."
◇ 존 나이스비트, 힘의 이동=존 나이스비트·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허유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360쪽/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