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겠다" 정치인 말,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

김유진 기자
2016.12.03 06:00

[따끈따끈 새책] 존 F.웍스 '1%를 위한 나쁜 경제학'…"주류 경제학은 어떻게 현실을 은폐하고 정책을 왜곡하는가"

"대부분 사람을 가끔 아니라 항상 속일 수 있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세웠다는 '경제학자 숭배 가설'. 이 가설에 따르면, 특히 주류 경제학 이념의 수혜자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면 국민 대부분을 속이기는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

위의 가설이 사실로 드러난 곳, 2016년 말의 대한민국에선 어떻게 국민 모두가 속는 '대국민 사기극'이 가능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대선 당시,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경제 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정부는 끊임없이 '경제 위기'임을 강조하며, 경제학자들의 수치를 그 근거로 들었다. 대기업이 매년 영업익 흑자를 내는 가운데 구조조정 등 기업을 위한 정부의 배려는 계속됐다.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근거로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노동법 개정을 강행했다.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금은 '외환위기'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위기"라고 외치며 정부는 추진 의지를 굳혔다.

그러나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이 사실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뒷돈 챙기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나서서 대기업들을 협박해 수십억 원의 돈을 빼앗고, 각종 이권 사업을 수주했으며, 자회사를 빼앗으려는 시도까지 감행한 처참한 상황이다.

경제학자들이 정권의 '부역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영국 SOAS 런던대학교 경제학과의 명예 교수인 존 F.웍스는 신간 '1%를 위한 나쁜 경제학'을 통해 "이런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며 "경제학자들은 성별과 인종에 따른 소득 격차는 오해에 불과하고, 실업은 근로자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터무니없는 명제를 제시하는 모순투성이의 인간들"이라고 폭로한다.

그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론을 만들고, 대중에게 그 '가상 세계'의 유효성을 이해시키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경제학은 "시장 경쟁은 바람직하다"고 말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모두가 규제되지 않은 자본주의의 경쟁은 인간을 자유가 아니라 파시즘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주도적 성장'이라는 환상에 대해서도 저자는 비판한다. 신용카드 발급을 더 쉽게 해주고, 대출 요건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중에 국가의 돈을 푼다고 해서 국가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가의 대출기관들이 '경제학'을 근거로 담보대출과 현재 소득과의 관계를 무시해서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이런 일은 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국가가 기업과 그 뜻을 같이할 때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공공부문은 완전 고용을 유지할 책임을 지는 사회기관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이러한 책임을 무시해버리는 정부가 종종 등장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이들의 목적을 위해 동원되고, 결국 1%를 위해 99%를 나락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1936년에 "이 나라는 12년간 아무것도 듣지 않고, 보지 않고, 하지 않는 정부 때문에 고통을 겪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루즈벨트를 인용하며 "경제체제가 소수의 부자가 아니라 다수를 위해 작동하는 사회에서 공공부문은 누구도 빈곤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소득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정책들을 고안하고 시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1%를 위한 나쁜 경제학=존 F.웍스 지음. 권예리 옮김. 이숲 펴냄. 344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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