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강타한 '반지성주의'의 시초는 어디였을까

김유진 기자
2016.12.31 05:41

[따끈따끈 새책] '반지성주의(Anti Intellectualism)'…"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

영국의 '브렉시트'부터 미국의 '트럼프 당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까지. 올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 한 해였다. 한국의 경우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국민이 아닌 대통령이었지만, 앞의 두 나라의 경우 그 대상이 국민이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반지성주의'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시사평론이나 논단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이 단어는, 단순히 TV 오락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국민들이나 책을 읽지 않는 젊은이들을 비판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의 영토 문제나 역사인식 등을 둘러싼 국가주의, 정치가들의 감정을 부추기는 언행 등을 통틀어 일본 사회에서 반지성주의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새책 '반지성주의(Anti Intellectualism)'는 일본인 저자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출발하는 전 세계적인 '반지성주의'라는 현상을 통찰하며 쓴 책이다.

그가 반지성주의의 출발점으로 가리키는 곳은 미국이다. 실제로 반지성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한 곳도 미국이다. 미국의 역사가 리처드 호프스태더는 1963년 매카시즘 광풍이 휩쓸고 간 뒤의 미국의 지적 전통을 안팎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담긴 '미국 생활에서의 반지성주의'라는 책을 출간한다.

이 책은 미국 기독교를 배경으로 반지성주의가 탄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그린다. 미국 기독교가 어떻게 전 세계의 '지성-반지성' 문제로 연결될 수 있을까. 저자는 영국의 청교도가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기독교의 종교적 규율인 '무조건적 수혜 관계'가 '계약'의 개념으로 잘못 정착됐다고 분석한다.

어떻게 변질됐을까. 저자는 미국에서 종교가 인간이 신앙의 의무를 다하면 신은 축복을 주는 의무를 지닌다는 개념으로 변했다고 설명한다. 종교와 도덕, 신의 축복과 현세의 성공이 직결되어버린 '저속한' 형태의 신앙관이 미국 각 지역에 뿌리내려 토착화한 뒤, 미국 사회에 각종 병폐를 만들며 반지성주의로 커져 나갔다는 분석이다.

◇ 반지성주의=모리모토 안리 지음. 강혜정 옮김. 세종서적 펴냄. 316쪽./ 1만5000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