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결혼도 이제는 국경이 사라진 시대건만 그럼에도 유독 '한일' 커플 사이의 벽은 단단하고 높을 것 같단 고정관념이 있다. '현재진행형'인 역사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로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한 양국 관계는 아베 정권의 끊임없는 신사참배,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 등으로 오히려 골만 깊어지고 있다.
이런 때 보통의 한국인과 보통의 일본인이 만나 함께 꾸려가는 삶의 모습은 어떨까. 일본에서 10년 동안 유학생활을 한 뒤 일본인 남편과 결혼해 6년을 더 일본에서 살며 임상미술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 케이씨는 그 일상의 속살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2011년부터 '케이의 일본생활'이란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전생에 한국인이었다"고 자부하는 일본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솔직하게 쓰면서 해외 거주자들과 많은 국제 커플들의 응원을 받았다. '깨달음'이라는 별명이 붙은 남편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깨서방'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책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은 블로그에 연재한 글 등을 모아 낸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일본인 남편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한 에피소드부터 일본사회의 이면까지 그 범주가 다양하다. 그는 각방을 쓰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일본의 부부들, 언어의 차이로 생겨난 사소한 오해들, 서로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는 게 불편하다며 연락도 자주 못하게 하는 일본인 시부모님, 자주 가는 술집의 미얀마 출신 주인이 털어놓은 외국인 차별 문제 등을 가감없이 이야기한다.
임상미술치료사로 장애인 협회 및 노인복지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며 일본의 고령화 사회, 홈리스 문제, 높은 청년층 자살률 등을 옆에서 체감한 이야기도 생생하게 그려냈다.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일화로 쉽게 풀어내면서도 여러 통계자료를 이용해 일본 사회와 일본인을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그의 글 속에는 끊임없이 변화 중인 일본의 모습이 담겼다. 10년 전 '욘사마' 열풍은 'K팝'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고 중년 여성 대신 50대 일본 남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챙겨보며 안달한다. 또 '혐한'이란 단어가 '한류'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증오발언(헤이트스피치)이 나오고 오사카 한 초밥집은 한국 관광객에게 '와사비 폭탄 초밥'을 제공해 논란이 됐다. 책은 친구가 남긴 일기 혹은 여행기를 보는 듯 술술 읽히면서, 여전히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케이 지음. 모요사 펴냄. 352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