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단톡방’에 드러난 서울시향 농단 “과장·거짓말로 대표 잘라야”

김고금평 기자
2017.02.13 03:18

[서울시향의 인격농단] ① 검찰이 확보한 서울시향 직원의 ‘단톡방’ 대화내용…공모에서 조작까지

/김현정 디자이너

“지금은 과장, 거짓말 양념. 무조건 이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탄원서 발사할 때, 우리의 목표가 확고 했자나요. 사장 짜르기."

국정원의 대북 강경 전술도, 기득권 세력의 선전 획책도 아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직원들이 2014년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55)를 몰아내기 위해 주고받은 ‘단톡’(단체 카톡) 방의 내용이다.

박 전 대표의 사회적 매장을 위해 이들이 주고받은 대화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주제하에서 진행된 이들의 대화는 성희롱과 인권 문제에 집중됐고, 이 과정에서 이들은 ‘어떻게’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필요하면 과장이나 거짓말도 해서 이기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전 대표 죽이기’에 나선 주체 세력에 담당 변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직원들은 담당 변호사를 ‘오빠’라고 지칭하며 자신이 던진 재료로 양념에 포장까지 한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법을 창조한 이 변호사를 “김수현 작가 뺨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2일 검찰이 확보한 USB에 담긴 카톡 내용을 공개한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카톡에서 주고받은 직원들의 대화가 암시적으로 일부 전달된 적은 있지만, 텍스트로 온전히 복구돼 낱낱이 공개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희롱으로 선택과 집중”…고소 모의부터 진행과 실행까지

2014년 12월 2일 시향 직원 17명은 언론에 호소문을 배포했다. 내용은 2013년 2월 1일 취임한 박 전 대표가 직원에게 일상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유린했다는 게 골자다.

이들은 박 전 대표가 “손해가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어. 니들 월급으로 못 갚으니 장기라도 팔아야지”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니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등의 발언으로 모욕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 예술의전당 관계자들과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시향 남성 직원 곽모씨의 신체 주요부위에 접촉을 시도하는 등 성희롱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이에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런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1년여에 걸친 경찰 수사에서 박 전 대표는 ‘혐의없음’ 결론으로 무죄를 입증했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제보자의 결정적 증거가 확보됐다. 서울시향 직원들이 2014년 12월 2일 호소문을 배포한 뒤 ‘단톡방’에서 4일부터 29일까지 주고받은 대화들이 그것이다.

2014년 1월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2014년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이 올 한해 오케스트라의 발전 및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현정 대표이사, 정명훈 예술감독, 진은숙 상임작곡가. /사진제공=서울시향

대화의 시작은 2014년 12월 4일. 5일 박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하루 전이다. 박모씨는 이날 오후 6시 50분 단톡방에서 “요약 드리면 ‘선택과 집중’-이길 승산 아이템은 현재 성희롱으로 보시네요. 낼 기자회견 보고 움직이는 걸로.”로 시작한다. 백모씨가 “녹취록 다 할 필요없데. 우리 편집본으로만 해도 될 듯. 이 변호사님 왈.”이라고 말하자, 박씨가 “지금은 과장, 거짓말 양념. 무조건 이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윤모씨는 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소하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ㅋㅋ”로 맞받는다.

8일 오후 4시 21분 백씨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변호사님께서 연락해서 우리 쪽이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전달 완료”라고 전한 뒤, 11일 오후 9시 54분에 다시 “이 변호사님이 제 변호사님, 박 후원회장님 등과 내린 결론은 반박자료로 호소하지 말고 고소로 언론 관심 돌려라입니다.” “성추행, 성희롱, 명예훼손으로 간단하게 고소장 접수하고 보강해 나가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언론도 따라오고…”(오후 9시 57분)라고 분명한 지침을 내렸다.

서울시 조사과에서 전화 조사를 한 29일 오후 1시 15분 강모씨는 “곽씨 추행당한 거 들은 대로 쓰라는데요”라고 단톡방에 올리자, 백(2)모씨가 ‘들은 거 있으면 그대로~”라고 답한다. 강씨가 “내가 뻥을 좀 쳤어요”라고 이어 말하자, 백(2)씨는 “조사과에는 좀 ‘개뻥’쳐도 되”라고 응수했다.

고소 망설이는 성추행 피해 주장 곽씨에 직원들 ‘종용’

대화에는 성추행에 ‘섭외’된 곽씨가 고소에 머뭇거리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직원들은 “같이 해야 승리한다”며 종용한다. 백씨는 앞서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부인 구모씨에게 보낸 문자에서 “사모님, 고소 곽씨 섭외했습니다. 사모님이 어드바이스 해주신 대로 두 시간 잡고 세게 했다 부드럽게 했다 했더니 잘 됐습니다.”라고 말했었다.

곽씨는 11일 오후 10시 42분 대화에서 “우리가 먼저 법적 대응을 한다면 저와 박 팀장이 가장 핫한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에게는 좀 생각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이게 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우려하는 사안이 되어 버렸고요.”라고 말을 꺼냈다.

이에 직원들이 하나같이 용기의 멘트를 날린다. “이번에는 우리가 한번 ‘선빵’ 날리고 이깁시다”(강모씨) “고소장 만들어서 법률 대리인이 가는 거 찍는 거 필요하면 제가 기자들한테 흘릴께요. ㅎ”(장모씨) “우리 같이 하면 반드시 이겨요!!!”(박씨) “오히려 안 하는 게 곽씨한테 더 부담. 떼거지로 같이 하는게 나을 듯 해여.”(백씨)

곽씨가 “서울시 인권 결과 나오면 그때 고소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어 보여요. ‘선빵’ 날렸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라고 하자, 백(2)씨는 “싸움의 우위를 차지하는 건 전 ‘선빵’이라고 생각합니다”(예전에 껌 좀 씹어 본 여자)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백씨는 “같이 떼로 덤비면 함께 갈 수 있지만, 혼자 나중에 당하면 더 불리할 것 같다는 걱정이 돼서 말씀드려요. 확실한 건 우리는 하나라는 거!!”라고 단합을 강조했다.

직원 성희롱 및 폭언논란으로 사퇴압박을 받아온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2014년 12월 29일 오후 세종로 서울시향 내 연습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저도 여러 가지 왜곡과 마녀사냥 식 여론몰이로 많이 다쳤고 공정하지 못한 일방적 조사로 많이 힘들었다. 억울한 부분도 많지만 힘든 마음은 일단 접고 떠난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욕설·인격모독의 메이킹 과정 모의…“억지로 좀 짜내도 ‘오케이’”

호소문에서 이들은 3시간 동안 박 전 대표 사무실에 불려가 폭언을 들으며 인격 모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중 일부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도 했다.

12일 오전 10시 41분 황모씨가 단톡방에서 전한 말은 사실과 달랐다. 황씨는 “근데 저는 세시간 이렇게 방에 들어가 있던 적은 없어서 ㅠㅠ. 그건 낼 것이 없네요. 죄송!!!”이라고 말한 뒤 “그게 없어도 고소인 참여는 가능하죠? 억지로 좀 짜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 백씨는 “그럼요!!! 둘다 오케”라고 답한다. 최모씨가 “저도 3시간씩 붙잡혀 있던 적은 없어서 도움이 되긴 힘들겠어요.”라고 말한 데 이어, 김모씨도 “저도 제 개인의 문제로는 작성 힘들겠어요.”라고 말하자, 백(2)씨는 “뭐 결재 올렸다가 깨진 적 없어요?”라고 되묻는다.

13일 오전 11시 34분 Y씨는 이렇게 대화창에 글을 올린다. “왠간한 걸로는 안 통하니, 일반인들한테도 잘 통할 만한 걸로 스토리 메이킹 필요.” 백(2)씨는 “완전 (변호사) 오빠랑 나랑 오버와 왜곡 짤(쩔)어”라고 답한다. 윤씨는 “각자 케이스 함씩 정리하면 좋을 듯”이라며 “단! 중요한 건 메일이나 어디서, 우리가 쓴 자료를 반박할 만한 증거가 나오면 안 됨”이라고 경고를 날린다.

강씨가 공공장소에서 (박 전 대표가 일 못 한다고) 모욕감을 준 일화를 들려주자, 박씨가 “굿. 그걸로 정신과 치료도 받는 걸로”라고 보챈다. 강씨는 “나 정신과 치료받은 적 없는데요?”라고 하자, 박씨는 “(변호사) 오빠가 필요하다네요. 없으면 받으래요.”라고 말한다. 성추행 피해를 주장한 곽씨는 “괜찮아. 서울시향 피해자라 그러면 의사들이 다 알아”라고 경험자의 충고를 잊지 않는다.

직원과 변호사가 만든 ‘합작 조작극’…“김수현 작가 저리갈 정도”

없던 일이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조작되는지도 대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직원들은 박 전 대표와 일하면서 경험했던 작은 일화가 어떻게 부풀려서 와전되고 조작되는지 생생히 증언한다.

윤씨가 “(변호사) 오빠, 김수현 작가 저리가라”라고 운을 띄우자, 백씨가 “ㅋㅌㅋ 오빠 짱”이라고 맞받아친다. “몇 개만 얘기해달라”는 곽씨의 요구에 윤씨가 “이거 공유되면 대박. 나중에 오빠가 메일 줄겨”라고 말한 뒤 일부 스토리를 들려준다.

“허그한 거 얘기해줬더니(박 전 대표와 윤씨가 단순히 허그한 일화) 다리랑 허그랑 스토리 연결해 줌 ㅋㅋ. 성희롱+성희롱=정신병으로 연결 짓고 남친 있냐길래 없다 했더니 있었으면 이거 때문에 헤어진 걸로 했어야 한데요. ㅋㅋ 중요!! 어디 가서 절대로 떠들지 마요. 이거 세어나가면 끝장남.”

다리와 허그 스토리는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네가 애교가 많아서 늙수그레한 노인네들한테 한번 보내 볼려구” 등 호소문의 조작 스토리와 연결되는 내용이다.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스토리 전개가 무궁무진하다” “변호사님은 문학계로 빠지셨다면 엄청난 극작가 됐을 듯” “김수현 작가 저리 가라네“ 등의 대화를 쏟아냈다.

한편 USB에 담긴 카톡 내용은 2014년 2월 3일부터 2015년 11월 23일까지 21개월에 걸쳐 A4 용지로 200여 페이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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